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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30 22: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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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님과 제가 참 비슷한 케이스 같습니다.
30대 초반 무남독녀로 자랐습니다. 결혼한지 5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 아이는 없습니다.
저는 딱 하나만 낳고 싶고 신랑은 딩크로 사는 것도 좋지 않겠냐 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자식을 낳기 싫다기보단 먹고 사는 문제에 이런저런 생각 등으로 마음이 복잡해져서 그런거라 결국 내년쯤엔 계획하기로 했어요.
아직 저희 양가 부모님은 많이 젊으셔서 50대이십니다. 특히 시어머님은 신랑을 무려 스물에 낳으셔서; 아직 50대 중반이시고요.
아직은 양가 부모님 다 직장을 다니시고 돈을 버시기 때문에 저희도 별 부담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만,
당장 작년 겨울에만도 저희 친정엄마가 제법 큰 수술을 하셔서 병원에 몇 주 입원을 하셨었죠..
다행히 회사 복지 및 보험으로 병원비는 해결했습니다만, 문제는 앞으로죠. 60이 넘어가시면... 직장이 없으시다면 그때가 진짜 시작이거든요.
저는 그 날들이 상당히 두렵습니다. 솔직히 무서워요.
왜냐하면, 양가 부모님이 70대가 되시면 저희 부부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 됩니다.. 저희 부부가 지금 제가 32, 신랑이 34이므로
내년에 아이를 낳는다 해도 40대 후반이면 아이가 초등학생입니다. 곧 중학교 고등학교 가고 대학도 가겠죠.
가장 돈이 많이 들 시기입니다.. 그런데 저나 신랑 둘다 그쯤엔 회사에서 슬슬 정년퇴직이나 제2의 인생, 노후 이야기를 많이 생각해야 할 거예요.
자녀들에게도 한창 돈 들고, 저희 노후도 챙겨야 하고, 거기에 부모님이 갑자기 덜컥 아프시다???
형제가 많아서 n분의 1도 못하는 저희 입장에선 그야말로 난리나는 겁니다...
참고로 양가 부모님 노후 역시 그리 든든하진 못하세요. 친정이 약간 낫고요, 시댁은 그야말로 저희 신랑이 유일한 희망입니다ㅜㅜ
신랑 아래로 여동생이 하나 있지만 그냥 동생이라는 존재일 뿐.. 그리 큰 도움은 기대하지 않고 있네요...
그래서 가끔 저는 잠도 좀 안 오고, 신랑도 아마 비슷한 듯 하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과연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수 있을까,
그냥 우리 둘만 조촐하게 살까,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결코 무리가 아니에요.
지금이야 둘 다 젊고 회사에서 한창 정력적으로 일할 나이이니 돈벌이도 수월하지
40대만 넘어도... 저만해도 특히, 제가 일하는 분야가 40대부턴 거의 은퇴하거나 프리랜서로 전향하는데 그마저도 경쟁이 치열해서...
제2의 직업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거 하나만으론 힘들 것 같아서요.
신랑 역시... 그때 가면 또 어떨지 알 수가 없는 일이죠.
정말 생각지도 않게 치킨집 차려서 닭 튀기고 있을지도 모르고, 프랜차이즈를 고려할지도 모르고... 그나마 이것도 돈 있을 때 할 수 있는 고민이죠.
만일 자녀 뒷바라지라도 해줘야 한다, 그런데 부모님 중 한 분이 덜컥 크게 아프시다...
그러면 진짜.. 있던 재산 처분해야하나 그런 생각 들겁니다. 절대 남 얘기가 아닙니다. ㅜㅜ
그렇다고 자식 많이 낳는 게 답이라는 것 역시 정답이 아닙니다.
저는 요즘 우리 세대들이 소위 '지붕 없는 집'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습니다.
국가가 있고, 우리는 그 국가에 소속된 합법적인 국민으로서 세금도 납부하고 의무를 다 하고 있는데,
정작 그 국가라는 집의 지붕이 뻥 뚫려서, 내리는 비도 제대로 못 피하고 추우면 떨어야 하고... 그런 기분이에요.
왜 우리의 세금은 정당하게 쓰이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소비되는 걸까요...
이런 분들 노후 보장해달라고 국민연금 만든 거 아닌가요. 그런데 정작 국민연금은 30년 지나면 고갈될지도 모른다고 해요.
이런 나라에서 제가 정말로 연금을 내도 되는건지, 심각하게 고민이 되지만 직장 가진 죄로 선납부하며 살고 있죠... 쳇.
자식을 낳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전에... 어떤 한 명의 국민이 태어나 자라고 활동하다 나이 들어 늙어 병들고 그랬을 때...
최소한 내가 아픈 것이 내 가족에게 짐처럼 여겨지고 죄 지은 것처럼 느껴져서 주눅들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지 않게, 가난한 분들에겐 제대로 복지가 시행되서 맘껏 치료 받을 수 있게 도와주고
그만큼 부자들에게 증세해서 형평성을 맞추고.. 복지 시스템이 원활하게 제대로 돌아간다면
저희 부부같은 사람들은 당장 내일이라도 아기 가지려고 할 겁니다...
우리 부모님 그리고 그 후에 저희 부부가 늙어 아플 때 자식에게 부담주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테니까요.
그래서... 결론은 내년에 제발 우리 투표 잘 치뤄서... 좋은 세상 한번 만들어봤음 소원이 없겠습니다ㅠㅠ
말을 하다 보니 이런 결론에까지 이르게 되네요... ㅋ
답답해서 주절주절 적어보았어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