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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3 17: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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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문제의 드레스는 파+검이 맞습니다. SNS에 사진을 올려 논쟁을 촉발시켰던 당사자가 나중에 인증했습니다.
그리고 잡티 하나 없는 고운 피부의 여성이 흰+금으로 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있는 이 포스터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습니다.
"검정과 파랑을 알아보기란 왜 이리도 어려운가 - 여성 여섯 명 중 한 명 꼴로 학대를 당합니다. 이것은 착시가 아닙니다."
Black and blue는 멍투성이가 된 모습을 일컫는 관용어이기도 하죠. 그리고 illusion은 '허상'을 뜻하기도 하고요.
즉 이 포스터는 가정 폭력/데이트 폭력 피해자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들이나, 심하게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그렇게 흔하다는 사실 자체를 허구 취급하는 사람들을 파+검 드레스를 파검으로 보지 못하는 사람→구타당한 여자의 팔다리에 빤히 드러난 멍 자국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 빗대어 비판하고 있는 것이니, 보이기는 분명 흰+금으로 보이되 의도한 바는 파+검이 맞는 겁니다.
남성 피해자와 여성 피해자를 공평하게 조명하려면 "여성 x명 중 한 명, 남성 y명중 한 명이 학대를 당합니다"라고 쓰거나, 여성 버전과 남성 버전을 각각 만들면 되겠죠. 다만 그러면 흰금파검 드레스와 언어유희를 이용한 인상적이고 재치있는 포스터를 만들 수는 없었을 겁니다. 남자가 치마를 입고 있는 포스터의 주제가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 고취'나 '고정된 성 역할 타파'가 아니라 '가정 폭력/데이트 폭력에 대한 인식 고취'여도 생뚱맞게 여기지 않고 바로 주제를 이해할 사람은 아직까지 그리 많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