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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9 05: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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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식 있는 대화에 뒤덮인 하루에는 가벼운 술마저도 허락되지 않는다.
생전 처음 마시는, 본 적도 없는 프랑스 산 와인을, 그것도 거래처의 비위에 거슬리지 않게 없는 기품까지 꾸며 마셔야 한다.
몇 끼 식사비를 훌쩍 웃도는, 양도 차지 않는 식사를 하고 있노라면 고향의 밤이 그리워진다.
가진 거도 미래도 없고 오늘 잠들어 내일 눈뜨는 게 두려울 때지만, 적어도 한순간은 자유로운 그때 말이다.
시판 소스를 그대로 들이부어 맛이 없을 리 없지만 주인장의 솜씨를 한껏 칭찬하며 먹던 떡볶이,
몇 푼 더 비싼 거 알지만 모퉁이의 매점에서 사 바로 앞 살평상에서 깐 소주 그리고 살평상 아래로 널브러진 소주 병과 마른안주.
지금은 얼굴 한번 보기가 어려웠지만 그때는 아무래도 함께라면 좋았던 한때의 친구들.
그 한때의 지긋지긋하던 구차함과 너저분함이 욕조 물처럼 껴안아 주었으면 좋겠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