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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5 19: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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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철들면 죽는다 하니.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납니다. 할아버지 살아생전에 그렇게 술을 많이 드셨는데. 대낮부터 어디서 술을 그렇게 많이 마시고 고주망태가 되어 동네 아저씨들한테 업혀서 집에 오신적도 있고. 할아버지. 술을 왜 그렇게 드세요? 하면 목말라서 먹는다고 답하셨던 할아버지. 술고래셨지만. 180cm 넘는 장신에. 팔순 넘도록 흰머리 하나 없이 정정하셨던 할아버지. 하루는 나비를 발차기로 잡아 죽이는 묘기를 보여주시기도 했던 할아버지. (어렸던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게 참 대단한 것이었더라는…어떻게 나비를 발차기로 잡을 수 있지???) 그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한동안 물처럼 드시던 술을 안드시는거에요. 그때 술 대신자주 잡수시던 과자가 다이제스티브였죠. 당시 300원주고 사면 하나 사는데. 하나 사면 양도 넉넉해서 제법 오래동안 두고 드시던… 그 구수한 보리맛이 할아버지의 입맛을 사로잡았었죠. 그렇게술대신 다이제스티브를 즐기던 할아버지는 한해 지나서 돌아가셨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몇해 지나니 웬걸. 그 다이제스티브가 다이제로 이름을 변경하더니. 가격도 오르고. 포장도 창렬해셔서는…. 아이고. 이게 뭐람…
그래서 가끔 세계과자점에서 오리지날 다이제스티브를 사서 먹으면. 그때 할아버지가 술대신 드시던 그 다이제스티브가 아련하게 떠오르더라는 것입니다.
아니 그런데 다이제 씬은 대체 뭐냐. 이딴게 다이제스티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