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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9 1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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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골에 내려갔을 때 삼삼이는 개구리를 보고 신기해하며 폴짝폴짝 뛰는 개구리를 보며 내게 잡아달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절대 겁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내 큰손으로 개구리를 움켜잡으면 혹시라도 개구리가 죽을까 하는 마음에 개구리를 잡지 못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와이프가..
"촌놈이 개구리를 무서워하고..남자 맞아?"
흥,.. 남자는 양서류 무서워하면 안되나 파리를 혀로 낚아채는 개구리 얼마나 무서운 동물인데.. !!
와이프는 뛰어난 순발력으로 귀여운 청개구리를 포획한 뒤 삼삼이에게 보여주며 인사를 시킨 뒤 "개구리도 맘마 먹으러 가야 한 데.." 하면서
다시 놔주는 척을 하다 내 얼굴에 개구리를 갖다 댔다. 그의 축축한 피부가 내 얼굴에 닿는 순간
"아아악!!!"
고향의 고추밭에 이렇게 누워본 게 얼마만 인가... 그동안 도시에서 잊고 지냈던 흙의 어머니 같은 포근함을 느꼈다.
난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지금도 개구리가 무섭다.
2. 퇴근 후 집에 왔을 때 삼삼이가 엉거주춤 걸으며 내게 "꼬꼬!" 라면서 닭 흉내를 내고 있었다.
"애기 치킨 먹인 거야?"
"아니 낮에 은행 갔다 올 때 비둘기 보더니 온종일 저러고 있네."
옷을 갈아입고 소파에 앉았을 때 삼삼이가 내 무릎에 올라와 "아빠 꼬꼬" "아빠 꼬꼬" 하면서, 까까와 주스를 먹고 싶을 때 보내는 애절한
초롱초롱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이건... 비둘기 선생을 당장 모셔 오라는 건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와이프는..
"오빠 비둘기 한 마리 잡아와야겠네.. 삼삼이가 그렇게 좋아하는데.."
"야 내가 비둘기를 어떻게 잡아! 그리고 나 비둘기 무서워하잖아."
"그래도 오빠는 다행인 줄 알아. 내 친구 아들 세훈이 알지? 걔는 뽀뽀로 데려다 달라고 했데."
"인형 사주면 되지 뭐.. 그런데 비둘기는 인형도 없을 것이고.."
"아니 뽀로로가 펭귄이라고 알려주니까 펭귄 데리고 오라고 매일 조른 데. 펭귄은 남극에 있다. 이러니까 그럼 아빠가 가서 잡아오면 되겠네!
이랬다는데 거기에 비하면 비둘기 잡아달라고 하는 삼삼이는 효자지.."
비둘기 데려와 달라는 아들이 효자인가 곰곰이 생각했다. 에이.. 머리가 복잡하다 치킨이나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