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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6 01: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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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 이성복
그날 아버지는 일곱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 여동생은 아홉시에 학교로 갔다 그날 어머니의 낡은 / 다리는 퉁퉁 부어 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종일 / 노닥거렸다 전방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 없었다 그날 역전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 / 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도우거나 어린 / 동생을 돌보았다 그날 아버지는 미수금 회수 관계로 / 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애인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 / 그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 /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그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 오르는 것은 다 새가 / 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은 여인들이 자기 / 삶까지 솎아 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점치는 노인과 변통(便桶)의 / 다정함을 그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 죽었고 그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 아무도 그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완벽하고 없는 것이 없는 세상이지만 이미 운명이 정해진 아이들이 존재하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라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사회. 열심히 일해도 결국 솎아내지고 무너뜨려지는 것은 자신의 삶 뿐. 일하고 사랑하고 술 한 잔 마시며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다더라 뉴스를 듣고.. 그렇게 하루하루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살아가지만 실은 구성원들을 죽여가는 사회.
시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