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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6 01: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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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논술 지도할 때 많이 해 준 조언인데,
필사, 다작, 평가 이렇게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1. 필사
글을 자주 안 써 본 분들은 생각을 글로 표현하려고 할 때 뭔가 탁 막히는 느낌이 들 겁니다.
이러한 벽을 넘기에 필사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습니다. 단, 본이 되는 글이 훌륭해야 합니다. 안 그럼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필사의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습작을 뒤로 미루라는 게 아닙니다.
꼭 뭐만 말하면 매사를 이분법으로 양단해서 이해하는 분들이 있어서...
그리고 지금 본문을 보면 띄어쓰기가 제대로 안 되어 있는데,
보통 사람의 게시판 글쓰기야 의미만 통하면 된다지만 제대로 된 창작물(돈이든 칭찬이든, 무언가를 기대하고 남에게 보일 목적으로 쓴 글)로서의 글쓰기를 생각한다면 이는 큰 약점입니다.
그런데 이걸 이제 와서 별도로 공부(물론 해야 하겠지만)하는 건 어렵죠. 그렇다고 글을 쓸 때 매번 사전 펼치면서 쓸 순 없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작가, 편집자도 한글 맞춤법을 완벽히 다 알지는 못해요.
결국, 오락으로 치면 패시브 스킬처럼 자신의 언어 감각을 얼마나 정확하게 유지하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잘 쓴 글을 필사하는 건 띄어쓰기, 맞춤법 그리고 문장을 바르게 구사하는 감각을 올바르게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2 다작
이건 뭐 긴말 안 하겠습니다.
다른 연습을 아무리 많이 해도 결국 실전이 최고죠. 많이 써봐야 해요.
#3 평가
마지막으로 "평가"가 있습니다.
부끄러워도 자꾸 남에게 자기가 쓴 글을 읽혀 봐야 합니다.
사실 자기 글을 자기가 보면, 다~ 이해되고 다~ 알아먹고, 다~ 감동지고 재밌습니다.
왜냐?
글을 아무리 1, 3, 5, 7, 9로 써도, 내 머릿속에는 빠진 2, 4, 6, 8, 10이 있거든요. 그래서 1~10의 완전한 글이라고 자평하죠.
하지만 남은 달라요. 그 글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선행 학습이 되어 있지 않아요. 온전히 1, 3, 5, 7, 9만 가지고 전체를 이해해야 하죠.
그렇다고 1~10을 다 쓴다? 우리가 사전을 집필하자는 게 아니죠. 읽는이 지쳐요. 별 내용도 없이 분량만으로 대하 소설을 쓴다면 그거 누가 읽을까요. 논술에 글자수 제한이 있듯, 소설에 단편, 중편, 단편 구분이 있듯, 모든 글에는 담긴 생각의 정도에 따라 알맞은 분량이 있는 법입니다. 결국 무엇을, 어디까지 삭제해도 전체를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는가를 느끼는 데는 남에게 내 글을 읽게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여러 사람에게 말이죠.
문장도 마찬가지.
자기는 아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 아니까. 가나다 하나하나가 중요치 않죠. 하지만 독자는 달라요.
만연체, 번역투, 오탈자 이런 거에 상당히 민감하며, 심한 경우 읽기를 포기합니다. 독자가 읽기 싫어하는 글은 공표할 가치가 없습니다.
물론 모든 독자가 다 도움이 되는 독자는 아닙니다. (이거 중요해요. 안 그럼 휘둘림) 그러니 글을 볼 눈이 있는 지인을 찾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