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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3: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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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버지가 교통 사고로 돌아가셨을때 어머니가 딱 이러셨습니다.
앓다가 돌아가셨으면 마음의 준비가 됐을텐데 그런게 아니고 워낙 갑작스러운 일이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출근길에 안녕하고 나갔다가 퇴근을 못하신거거든요.
중환자실, 영안실, 장례식장, 장지를 거치는 동안 표정 없이 기계적으로 그냥 그 일을 다 치르셨어요. 사정 모르는 사람들 보기엔 정말 독한 여자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빠가 돌아가신걸 받아들이는 데에 1년 이상 걸린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식음을 전폐하고 멍한 상태로 하루 종일 보내다가 아빠 퇴근 시간 되면 현관문 쳐다보십니다.
그러고 밤에 누우면 잠을 못주무세요. 극도의 식욕 부진은 말 할 것도 없고요.
누가 옆에서 억지로 떠먹이지 않으면 하루 종일 굶으셔서 제가 직장 그만 뒀습니다. 사실 자살 충동 걱정도 됐고요.
저도 밥 할때 아빠 몫까지 하고, 온라인 쇼핑으로 아빠 물건 샀다가 아차하고 구매취소하고 그런 나날이었어요.
1년 지나니까 눈물이 나기 시작하더라구요.
한번 눈물이 나니까 이게 멈추질 않아요. 한 1년 이상을 매일 하루종일 밤새도록 울었어요. 그러다보니까 진짜 문자 그대로 피눈물이 나더군요.
우리 아빠 진짜 좋은 아빠 착한 남편이셨거든요. 저희 엄마 막내 딸인데 외삼촌들 이모들이 세상에 둘도 없을 ㅇ서방이라고 하시고 이종 사촌들이 이모부같은 아빠는 동화책에나 나오는건줄 알았다고 하던 그런 분이셨어요.
그래서 그 상실을 받아들이기가 더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해요.
여튼 본문의 남자 분은 일단 지금은 아무 의욕이 없어서.. 누가 좀 밥이라도 챙겨 먹여야 탈진을 안할 것 같고요. 먹여서 기운이 나면 오히려 자살 충동 면에선 그때가 더 위험해지는거라서 24시간 꼭 붙어서 돌봐줄 사람이 필요한데.. 자취하는 분이면 본가로 돌아가시거나 가족 분이 와계셔주시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