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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7 20: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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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민국에 살면서도 횡령을 하면서까지 시켜먹어야 했던 그 맛이 궁금해 직접 썬더치킨 집에 가봤다.
초심자여서 너무 긴장했던 탓일까.
나도 모르게 호구티 있는데로 내면서 가장 맛있는게 뭐에여어? 하고 주인아저씨께 물어봄.
그러자 주인집 아저씨가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치킨이 다 그거지 맛있고 안맛있는게 어딨나. 다 똑같이 맛있즹' 이라고 하심.
우문현답에 놀라 잠시 벙쪄 있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저는 양념이 좋아요.' 하니까
'기래, 원래 젊은 사람들이 양념을 좋아한다꼬.' 하면서 번개같이 튀겨내시는데, 와 그 동작부터가 일단 여타치킨집과 다른점들이 확 느껴지더라.
왜 그가 남의 뼈빠지게 번 알바비, 버스탈 돈 아껴서 모은 교통비,
그리고 야근을 마다않고 모은 거금을 쿨하게 던져준 아재들 후원금까지 탈탈 털어서라도 사쳐먹어야 했는지 이제야 알겠더라고
뭐라고해야하지. 일단 튀겨내는 자세부터 다르달까?
자연스럽게 기름에 치킨조각을 투척하는 모습 부습은 단순한 숙련도로 얻어낸 기술이 아니라 태초부터 다른. 치킨의 신기원을 보는것 같았어.
냄새도 그냥 기름으로 튀기는게 아니라 올림포스산에서 제우스가 번개로 튀겨내는듯한 그런 냄새?
왜 썬더치킨이라고 하는지 이재야 알겠더라.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고대의 신이 쏘아보낸 순수한 열의 집합체가 닭을 감싸안은듯하더라고
그리고 진짜 하이라이트는 이 양념. 이 양념이 진짜 사람 미치게 하는거더라고.
붉으스레하게 먹음직스러운 양념을 썬더치킨에 바르는데.
나도 모르게 그걸 한입 크게 베어물어야한다는 집착을 불러 일으키더라.
그걸 보고 있노라니. 횡령할 준비를 모두 끝마친채 애타게 치킨이 다 튀겨지길 기다리던 착사씨의 뒷모습이 어른거리더라고
그리고 마침내 그가 조금은 이해가 되더라 이말이야.
단순한 닭을 튀기는게 아니라 이건 완전 천국을 튀기고 있으니까 말이야.
마침내 깔끔하게 튀겨진 닭을, 주인아저씨의 걸쭉한 입답과 함께 한입 베어물때의 그 느낌은
진짜 이게바로 착사씨가 애타게 찾던 자본주의의 맛. 그 자체더라고,
거짓말 안치고 그걸 먹는 순간 아, 나는 구질구질하게 살지 말아야지 맛있는거 먹으며 살아야지. 하는 느낌이 딱 드는데.
진짜 훈련소 막 들어갔을때보다 더 한 소름이 등을 스치고 지나가더라고.
목구멍이 치킨살을 넘기는 순간 또다른 치킨살을 입이 탐하고 있더라.
베어서 뜯는 그 순간의 공백조차 아쉬워서 목이 이미 육즙을 삼키고 있더라.
다 먹고나서 못내 아쉬워서 치킨 국물을 젓가락에 찍어 삼키고 있을때 그 모습을 본 아저씨 왈
"어유 학생 잘도 먹네 그러니까 그렇게 살이 찌지~"
그말을 듣자마자 나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어.
왜냐, 부끄럽지만 나는 이미 착사씨를 이해하고 있었거든 썬더치킨에는 모든게 다 들어가있어, 또한 모든게 들어가지도 않았지.
그건 먹어본 사람만이 아는 거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말할 자격이없어.
여기서 중요한점은 결국 착사모가 썬더치킨을 먹은게 아니라는 점이야.
바로, 썬더치킨이 착사모를 먹은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