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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19 02: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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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그랬다.
뜨거운 여름, 물병 한 묶음을 낑낑거리고 가고 있었다.
"휴우, 이 물 좀 무거운데?"
"덥죠? 제가 양산 씌워줄게요"
35도에 육박한 날씨엔 양산도 별 소용이 없었다.
어느새 땀으로 흠뻑 젖은 상의를 벗어던지고 어깨에 걸쳤다.
그런데 이 때, 그만 발을 접질려버렸다. 제길. 하수구 틈새에 발이 걸려 순간 삐끗한 것이었다.
나는 서서히 부어가는 왼쪽 발목을 하염없이 보고만 있었다.
"이거...참......걷기가 힘들 것 같은데?"
"어떡하죠? 세상에 이 정도면......걸을 수는 있겠어요?"
"응 다행히 조금씩은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조금만 참아요. 저기 보이는 버스정류장까지만 더 가면 되잖아요."
그렇게 말을 하고선 그녀는 물을 번쩍 집어들었다.
"자, 여기 내 양산 들어줘요. 조금이라도 차양이 되면 우린 덜 더울 수 있잖아요. 조금씩 잘 따라와요. 천천히 걸어가야 해요"
나는 그녀의 치마와, 하늘과 닮은 파란 양산을 멋적게 받아들며, 살짝, 조금씩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힘들게 물통을 안고가는 그녀의 모습이 애처로우면서, 혹시. 나에 대해 약간은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바람과 같은 상상을 해본다.
"오늘은 정말 덥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