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1
2021-08-15 01:25:32
1
솔직히 말해서 중세시대부터 내려오는 선조들의 역사에서 오는 민족성같은건 의미 없다고 봅니다. 당장 우리 차례상 차리는 방법도 기억 못하고, 달력 없이 24절기 셀 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무리 사회의 분위기라는게 시대를 거치며 계승된다 하지만 사무라이에게 개기면 칼맞고 뒤지기 때문에 알아서 기는 버릇이 21세기 일본인에 남았다는 이론이나,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역사학자들의 주장한 한반도의 왕조 유지기간이 긴 것이 개혁적이지 못한 조선민족의 게으른 민족성을 의미한다 따위의 확대해석의 극치인 식민사관과 다를게 뭡니까?
지금의 한국과 일본의 국민성을 나눈건 2차대전 종전 후 시작점의 차이라고 봅니다.
일본은 상륙작전 없이 일본의 국가형태를 유지한 상태에서 종전을 맞았고, 국가 수뇌부는 얼렁뚱땅 전범처리로 대부분 살아남고 실각조차 안했으며, 지역유지들과 정계, 재계의 인사들, 그들의 관계또한 그대로 살아남아 제국주의시절 일본을 전후에도 그대로 이어갔습니다. 아직도 지역 의원에 다이묘의 후손인 짱짱한 지역 유지 가문 출신이 당선되어 자기동네를 주무르고, 부락민이라는 사실상의 신분제의 잔재도 남아있습니다.
한국은 식민지배를 받으며 조선시대를 지배했던 온갖 가치관이 개박살났습니다. 신분제는 조선이 망하기 전부터 이미 망가질데로 망가져있어서 누가 양반인지 구분하기도 힘들었으며, 식민지 수탈 앞에서 지역 유지고 뭐고 없이 다 제국주의의 노예로 전락했습니다. 그 바닥상태로 해방을 맞아 전쟁으로 한 번 더 나라가 작살나고, 완전히 평민과 평민의 나라에서 시작한게 대한민국입니다. 이후 수차례의 독재에 대항한 민주혁명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지만, 그에 앞서 대한민국엔 재앙과 같은 리셋으로 인해 바닥부터 시작한 것이 전제됩니다. 그 '모두가 바닥부터 시작'으로부터의 예외라면 친일파죠.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건 '바닥부터 시작'과 '미국의 서방 자유진영' 이 두가지가 작용한 결과이고, 이 두가지는 각각 북한과 일본과 하나씩 공유하기 때문에 둘의 조합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