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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3 11: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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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부터 개신교 쪽에서는 수용에 소극적이었죠. 문체도 현대어체에 상당히 문학적이고 쓰는 용어가 다르고 의역을 많이 해서요. 수십년간 써온 개역한글판에 익숙해져 있다보니 이질감이 들어서 안 썼어요. 보수쪽에서는 그런 문체가 성경의 권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했구요. 새번역도 뭐 마찬가지 이유로 안 쓰여요.
예를 들어
창세기 1:1-2
개역개정(개신교)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공동번역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다. 땅은 아직 모양을 갖추지 않고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는데, 어둠이 깊은 물 위에 뒤덮여 있었고 그 물 위에 하느님의 기운이 휘돌고 있었다.
새번역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어둠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물 위에 움직이고 계셨다.
개역개정판(98년)은 개역한글판(61년)을 개정한 것인데 새번역(93년), 공동번역(77년)보다 훨씬 후대에 나왔음에도 옛말을 그대로 쓰고 있죠. 1938년도에 나온 개역판 성경하고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어요.
판권 문제 때문에 천주교에서도 공동번역 [성서]는 안 쓰고 05년 부터 자체 번역한 [성경]을 쓰고 있죠. 그래서 지금은 성공회, 정교회와 개신교 일부 진보 교회(교단이 아니라)에서 채택해서 쓰고 있어요.
개역개정/한글은 옛날 말을 아직도 쓰는 게 한심하고
공동번역은 시나 노래의 줄바꿈, 따옴표등의 표기 등 문체에 맞게 구분하고 언어가 지금 봐도 세련된 것이 맘에 들지만 의역이 많아 아쉽고
새번역은 그 중간을 취하면서 상대적으로 원어에 더 가깝게 잘 번역해둬서
개신교인으로 공부하기에는 개역개정판이 메인이지만 본 뜻을 더 잘 알고 싶으면 새번역을 더 맛깔나는 표현을 찾고 싶으면 공동번역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