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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5 03: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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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때처럼 북쪽 바람이 불었다 버스에서 내린 뒤 내코 끝에 묘하게 건너편 치킨집 닭튀김의 냄새가 맺혔다.
고개를 돌아보니 역시나 그분 이셨다 자신을 형이라고 불러달라던 아저씨는 이번에도 침을 질질 흘리며 치킨집 앞에서 만원 짜리를 꺼내며 치킨을 결제 하고 계셨다 무시하고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하는 길에 이상히도 형의 목소리가 내귀에 울리는 듯 했다
사람들은 형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엄마는 한겨울에 폐지를 주어서도 옆집 할머니의 집에 연탄 한장 넣어 들이는것을 낙으로 삼는 형을 보고 나는 형의 선의에는 발끝 만큼도 못 미친다며 보고 배우라고 했다
내가 내가 만든 비누를 팔러 형의 집에 갔을떄 형은 요즘에 대학을 다시 다닌다고 말했다 사이버대학인데 학위도 안주고 등록금도 없고 돈도 꼬박꼬박 나오는 좋은 대학이라고 했다 그리고 요즘은 그 대학에서 좋은 일도 많이 하고 보람차게 산다고 말했고 그렇게 웃는 형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해 9월에 어느날 형은 나보고 이상한 말을 했다 " 도하야? 있잖아 나는 기부로 돈을 벌고 싶어"
내가 어떻게 기부로 돈을 버냐 궁금해 말하자 형은 이렇게 말했다 "재단을 세우는 사업을 해서 먹고 싶은거 먹고 남부럽지 않게 떵떵 거리며 살고 싶다 이거야" 그리고는 형은 구석에서 프랑스 여행책을 꺼내며 읽으며 나에게 신사임당 하나를 건내며 치킨이나 한마리 사오라고 시켰다 나는 터벅거리며 곧장 그 닭집에가 통닭을 한마리 시켰고 오는길에 형 몰래 내가 좋아하는 아이유 나온 참이슬도 한 병 사서 넣은건 비밀이다 그리고 형에 집에와 문을 여니 형은 어느새 컴퓨터를 켜 항공권을 알아보고 있었다 표가 835,947원이었다
내가 오자 형은 곧장 부엌에가 비닐장갑을 꺼내 끼워 닭다리를 꺼내 들었다 나에게는 목을 주며 공부하기 바쁠것 같다며 어서 먹고 가라고 했다 목에 붙은 밀가루 껍질을 뜯는 순간 나는 무언가 형용할수 없는 쓴맛이 울어 나오는 것을 느끼며 헛구역질을 해댓다 무언가 규정하기 힘든 한 마디로 뭔가 엄마가 사오라고 한 것을 삥땅처먹고 그돈으로 사먹는 치킨의 맛이었다 아니 평소에는 그토록 맛있던 썬더 치킨이 우라질 이렇게 역겨울수가 있단 말인가
그로부터 며칠후 tv에 형의 이름이 나왔다 그뒤로 형은 이상한데 변호사를 알아보겠다고 물으러 다녔다 어제밤에는 딱봐도 평생 솔로로 살것만 같은 아저씨 두명이 와서 형을 찾았다 그뒤 몇시간 뒤에는 얼굴이 네모난 아저씨가 다른 아저씨들 몇명을 데리고와 형의 행방을 물었다 총장님 총장님 하는데 딱봐도 조폭같아 몸을 사리면서 요즘에는 변호사 구하러 다닌다며 얼버 무렸다 그리고 오늘 하교길 형의 모습을 본것이다 당최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수가 없는 영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