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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11 22: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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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릴 역이 가까워 오자 그녀의 머릴 옆자리에 조심스레 내려 놓고 일어섰다. "다음에 또 봐요. 아가씨." 작별 인사를 하니 덩그러니 놓인 머리가 토라진 표정을 짓는다. 나는 그녀의 머리칼을 쓸어 주고 내 눈 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가볍게 그녀의 이마에 키스하고 다시 그녀의 머릴 내려 놓았다. 그녀의 눈이 수줍게 감겼다. 다시 그녀의 머릴 자리에 내려 놓고 눈높이를 맞추려 쭈그리고 앉았다. 그녀의 볼을 만져주고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다시 올게." 그제서야 그녀의 머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전철 문이 열리고 나는 내렸다. 그녀의 머린 승강장에 있는 나를 쳐다 볼 순 없었다. 다만 반대편 유리창에 비춰진 서로의 흐릿만 모습만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어둠 속으로 멀어지는 그녀의 머릴 실은 지하철이 야속하단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