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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4 1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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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이 좀 경솔한 발언을 한 것 같네요.
병역의 의무가 국방의 의무의 일부인 것은 기술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국방의 의무는 위에서 많은 분들이 얘기 하셨듯이 방공이나 방첩의 의무, 군사 작전에 협력할 의무, 군(軍)의 노무 동원도 해당합니다. 그러나 이런 의무는 전시에만 적용 된다는 점과, 남자도 어차피 같은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은 채로 인터뷰를 한 것 같은데요. 즉, 사회적으로 "남자와 여자는 평등하다"라는 대전제가 받아들여진 시점에서 한국사회는 기형적으로 남자는 의무를 하나 더 지고, 여자는 의무를 하나 덜 지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것도 국민 대다수가 직접 찾아서 다른 의무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전에는 같은 것이라고 치부할 정도로 국방의 의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병역의 의무를요.
이런 의무의 차이가 있으려면 여성에게 실질적인 문제가 있어야 합니다. 즉, 평범한 남성이 면제를 받을 정도의 신체적, 정신적 장애가 한국 여성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해야 "평등"한 인간인데 하나의 의무를 덜 지는 것이 정당화 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성이 병역의 의무를 지지 않는 것이 합헌이라는 선언에는, "보편적인 여성은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군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보편적인 남성보다 월등히 열등하다"라는 선언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고, 이는 여성계에서 주장하는 바나 사회 관념적으로 대다수에게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여성과 남성은 평등하다 (평등하지 않지만 평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가 아닌, 평등하다)"라는 사상에 정면으로 반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과 남성은 보편적으로 평등하기 때문이지요. 능력 상 평등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사람이라는 종의 객체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지, 성별에서 오는 것이 아님을 모두가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군생활이라는 면에서 봤을때) 모든 면에서 남성과 평등한 여성만 군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성이 특수 계층을 이뤘다고 볼 수 있죠. 이는 법률적으로도 평등권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특수 계층을 없애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개정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가능한 방법을 저는 세 가지 정도 떠올릴 수 있군요.
1) 모병제
2) 양성평등징병
3) 군대 해체
3번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합니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해결가능한 방안은 모병제와 양성평등징병 뿐입니다. 그러나 모병제의 경우 해당 의원은 첨단화를 해서 사람을 줄이는 방향(== 모병제)으로 가자! 라고 하셨는데 첨단화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지 사람을 줄여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마치 타블렛과 포토샵 등의 발명으로 만화가의 작업이 디지털화가 되었다는 것이 만화가가 더 많이 그리고 빨리 그린다는 뜻이 아닌 것 처럼요.
가장 뛰어난 CCTV도 국경을 넘어 밀고 내려오려는 북한군에게 대응사격 할 수 없습니다. 가장 뛰어난 소총도 자동으로 적을 노리고 사격 할 수 없습니다. 현재 발명된 가장 뛰어난 철조망, 울타리도 자가 수리를 하지는 않습니다. 모두 인간이 필요한 것이죠. 현재에도 전방에는 사람이 모자라 GOP, GP에 올라가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 상황인데, 모병제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지도 않고 "그냥 모병제 하자"하는 건 실수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이러한 특수 계층을 없애는 방법으로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은 양성평등징병밖에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의원님은 인터뷰에서
"그는 "'병역 의무를 통해서 젊은 남성들이 좀 손해 보는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보충을 해줄 것인가' 여러 방안이 논의될 필요성은 있다"면서 "그런데 '여자들도 전부 병역 의무를 지게 해야 한다', 뭐…그게 그렇게 필요한 건가요?""
라는 발언을 했다고 나와있는데, 양성평등징병은 젊은 남성들이 손해 보는 부분에 대해서 확실한 해결책을 줍니다. 감정적인 상처와 피해를 무시하고 남자가 독박징병으로 군대에서 얻는 피해중 철저하게 물질적인 면만 보자면, 그 피해의 중심에는 기회비용이 있습니다. 남성은 기회비용을 사용해서 군대에 갑니다. 여성은 취업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성적 관리나 자격증 획득등에 있어서 이년여 간의 단절을 피해가고, 2년 먼저 진출하여 진급/재산 상에 있어서 남성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으며, 군대에서 얻을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상해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양성 평등 징병으로 이런 불평등이 없어집니다. 모두가 똑같이 2년의 기회비용을 지불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사회에 직장을 얻거나, 진급을 할 때 남성에게 "실질적인" 이득이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쟁자가 성별을 이유로 얻는 이득이 없어지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