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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6 22: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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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시그마DP1님이 말한 안전이 최우선 원칙이다라는 말에는 동의 하지만 교사가 남아있는 것이 최대의 "안전"을 보장 해줄 수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 아닌가요? 물론 육체적인 안전이야 교사가 책임을 지고 지켜주는게 그 상황에서 최고의 선택일 수 있는 점 공감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학생이 초등학교 6학년의 감수성이 풍부한 시기라는 점을 보면, 남아있는 것이 아이의 정신건강에 더 안좋은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죠.
댓글을 읽어보니 교사의 잘못이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1) 현장 학습이 늦어지더라도 부모가 올때까지 교사 + 모든 사람들이 기다렸어야 한다.
혹은
2) (예비 인솔자가 있었다는 전재 하에) 교사가 남았거나 예비 인솔자가 남았거나 했어야 한다.
둘 중의 하나가 이루어 졌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양쪽 모두 남아 있겠다고 말한 학생은 자신의 부끄러운 일을 아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 자체에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다고 봅니다. 보통 자기가 생각하기에 부끄러운 일을 하면, 당당하게 나가서 극복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부끄러워 하고 남아있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는 이야기를 볼때 해당 학생은 후자 같구요.
이런 일로 생긴 트라우마가 심해지면 저 학생은 이제 근처에 화장실이 없는 곳이면 가지도 못할 정도로 불안증세가 올수도 있죠. 제가 약간 그런 경우인데, 오래 걸리는 시험을 칠 때 배탈이 나서 고생했던 이후로 어떤 시험 이던지 시험을 치기 전에 화장실에 가지 않으면 계속해서 불안합니다. 변의가 전혀 없어도요. 저는 그냥 배탈만 나고 부끄러워할만한 일이 하나도 없었는데 벌써 10년째 미약하나마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건데, 감수성이 가장 예민할 시기에,그것도 자기 친구들 앞에서 저런일을 겪고 그 친구들 앞에서 버티라고 하면 그게 얼마나 큰 트라우마로 남을지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이건 정신적인 문제기 때문에 "겨우 그깟일로"라고 생각하면 안될 것 같아요. "교사가 남아있는게 뭐 어땠다고?" 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수 있지만, 학생의 입장에서 그 짧은 시간 자신이 그 감정을 혼자서 정리할 시간을 갖지 못하는게 나중에는 대인 기피증 같은 문제를 불러 올수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지금 상황만 놓고 봐도 아이가 소극적이 되거나 버스를 타는 걸 무서워 하게 될것 같은데요 (이건 그냥 제 생각이지만요). 물론 학생이 정신적으로 너무 불안해 해서 자해를 할 정도였다면 일단 정신 건강보다 육체적 건강을 먼저 봐야하는 건 맞을 것 같은데, 그 정도 상황도 아니었던것 같구요.
그리고 교사가 법적인 보호자와 통화를 하여 보호자 동의 하에 학생을 안내소에 맡겼다는 점, 맡긴 안내소의 직원과 지속적인 통화로 학생의 상황을 알고있으려고 했다는 점을 볼 때, 저는 교사가 학생의 정신건강을 최상에 두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육체적 건강의 손상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