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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5 19: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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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간만의 쉬는날이다.
매일 계속되는 야근에 지쳐 쓰러지기 직전에서야 거머쥔 간만의 휴가...
막상 쉬려고하니 할일이 없다. 함께 놀던 친구들도 귀여운 교회 동생 민주도 모두 학교로, 회사로 출근해서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카톡으로 여기저기 쑤셔보길 얼마나 했을까? 동아리 후배놈 하나가 "형이 술을 사주시면, 자로 텨감" 이라는 카톡을 보내온다.
흠... 뭔가 남자라는 점이 거슬리지만, 그래도 이 휴일을 혼자 보내는 것보단 낫겠지. 조금있다가 후밸 데리고 클럽이라도 가자. 아닌가? 클럽을 갔다가 집에 늦게들어오면 피곤해서 내일 출근을 못할라나? 하지만 내일은 금요일이니까 어찌어찌 버티면 다시 주말이긴한데....
쓸데없기 그지없는 고민에 고민을 하며 침대를 뒹굴기를 몇분이나 했을까 나도 모르게 침대옆의 벽에 다리를 올려놓고 있었다.
이 좁은 방으로 이사올때는 그렇게나 싫었던 꽃무늬 벽지가 이뻐보인다. 이사올 당시에 사귀었던 전 여자친구가 골라준 벽지... 나는 싫다고했지만, 여자친구를 이런걸로 이기고 싶지않았기에 못이기는척 허락해준 벽지...
가만 생각해보면 참 그만한 여자도 없던 것 같다. 내가 그저 무심했고, 일하는데 귀찮게 한다며 타박했던 내가 나쁜 놈이었지... 이 벽지에 기대어 함께 tv를보고 함께 웃고 사랑을 나누던 모든 것들이 일장춘몽처럼 느껴진다. 왠지 그녀가 다시 보고싶어진다.
카톡을 할까? 문자를할까? 전화를 잘못 건 것처럼 속이고 전화라도 걸어볼까? 아냐아냐... 뭘해도 추접스러워보일꺼야...
그냥 연락하지말자고 결정했다가도 내 남은 미련이 또 결정을 번복하길 여러번...
나는 "내가 이 벽지를 보고 그녀 생각을 했듯 그녀도 이 벽지를 보고 나를 떠올릴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보내? 말어? 아니다. 어차피 운명이라면 그녀가 벽지사진을 보고 나에게 카톡을 날려주던가하겠지.
그냥 벽지만 찍어보니 너무 허전했다. 그저 그녀가 알아채주길 바라는 것 같아 속이 쓰렸다. 그래 아까 그 포즈로 찍자. 나는 침대에 누워 다리를 다시 벽에 올려놓고 사진을 다시 촬영했다.
음... 이거다. 그녀를 떠올리며 이 사진을 찍었지만, 내 다리를 함께 배치해서 벽지가 찍힌 것은 우연인듯 보이겠지. 벽지가 주인공인 사진에서 발하나 걸쳐놓고 이게 마지막 자존심인냥 스스로를 속이고 망상에 젖어들었다.
그녀는 내게 "아직도 그 벽지야? 좀 바꿔라" 라고 보낼까? "살아있어?"라고 퉁명하게 보낼까? 아니면.............
오랜시간을 고민하다보니 잠이온다. 자면 안돼. 조금있다가 흐배놈이랑 만나기로 했잖아? 그래 그냥 오유나 보자.
베오베를 보며 킥킥거리고 세월호 기사를 보며 분노하다가 아이콘을 잘못눌러서 디카게로 오고 말았다. 문득 여기에 아까전의 그 사진을 올리면 나랑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뭔가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곤 사진을 업로드했다. .... 그러고보니 여긴 오유잖아?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은 없겠군이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고 말았다
라는 느낌으로 사진을 찍으셨나봐요?ㅋㅋ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