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2014-04-01 11:26:11
0
1. 라이트함과 헤비함의 기준이 뭐길래 롤을 라이트한 게임이라고 언급하셨는지 모르겠네염. 글을 읽어오면서 가장 걸렸던 부분입니다. 라이트한 게임과 헤비한 게임의 기준은 그 게임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유저가 처음 플레이 했을때 '어, 이 게임 쉽고 재밌다!' 하고 생각할 수 있느냐 라고 생각합니다. 라이트함과 헤비함이 '진입장벽'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이 기준은 타당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롤은 충분히 헤비한 게임입니다. 제 주변에 롤 안 하던 친구들 열 명 중 아홉 명은 하나같이들 롤 해보고선 이렇게 말해요.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재미도 없고 욕만 드럽게 쳐먹어서 접었다.' 롤이 여타 aos 게임에 비해 헤비함이 덜한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어마어마하게 무겁습니다. cs를 먹고 성공적인 딜교환을 하기 위한 챔피언의 숙련도, 게다가 rpg처럼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팀플에 전략들, 기존 게임에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용어들에 '기존 유저들의 텃세'. 앞의 문제들은 같은 초보들끼리 하면 상관이 없는데, 뒤의 '기존 유저들의 텃세'때문에 롤은 사실상 어마어마하게 헤비한 게임이 되어버렸죠. 다섯이서 팀을 이뤄 게임을 하는데, 나머지 네 명은 게임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고(부캐) 한 명은 생전 처음 접하는 낯선 게임이다, 그러면 그 한 명은 소외되고 욕을 먹고 배척받습니다. 그걸 어느정도 막아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인 '튜토리얼'도 심각하게 부실하구요. 예전에 한 번 흥했었던 tps 게임인 's4 리그' 가 이런 식으로 망했죠. 기존 유저들의 텃세와 양학으로요. 그런 게임도 처음부터 헤비하진 않았습니다. 유저들이 헤비하게 만들었죠. 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시스템 자체가 얼마나 가볍건(물론 가볍지도 않지만...), 결과적으로 신규 유저의 유입이 급감한 지금, 롤을 결코 라이트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2. 그런 의미에서 hos가 얼마나 가벼운 게임이 될지는 며느리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분명 너도 나도 궁금해하면서 플레이할 거고, 이때는 시스템의 가벼움이 분명히 빛을 발할 겁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롤도 처음에는 그랬다는 것입니다. 너도 나도 다같이 롤을 시작할 시절에 롤의 진입장벽이 기존의 aos보다 낮기도 했고, 그리 높아 보이지도 않았죠. 그때문에 현재의 두터운 유저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구요. 문제는 그 이후, 기존 유저층이 확보되고 유저들의 텃세가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rpg는 기존 유저들이 텃세질을 하든 친목질을 하든, 어쨌든 더러워서 혼자서라도 꾸역꾸역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고렙존에 가면 파티사냥을 해야 하겠지만, 상대가 컴퓨터라 그런지 롤만큼 더럽진 않습니다. 트롤링이란 개념도 거의 없구요.) 근데 롤은 그게 안 됩니다. 기존 유저들의 텃세와 욕설에 반드시 마주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야 진짜로 hos라는 게임이 라이트하느냐, 헤비하느냐를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결국 hos가 가볍냐 헤비하냐의 기준은 hos의 게임 시스템 자체보다는 '블리자드가 기존 유저층의 텃세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막느냐'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미 롤을 통해 aos라는 장르 자체에 많은 사람들이 익숙해진 지금은 텃세를 부리는 자들이 늘어나는 속도와, 텃세의 정도가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블리자드 측에서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지는 두고봐야 겠지만 신박한 해결책이 없는 한, 아쉽게도 롤과 같은 전철을, 그것도 더욱 빨리 헤비한 게임으로 자리잡는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롤의 자리를 위협한다기 보단... 또 하나의 헤비한 aos 게임이 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