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
2017-08-18 22:2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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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실구름 한점 없이 맑고, 햇살은 뜨겁다 못해 따갑게 쏘아져 내렸다. 올 여름은 날이 어찌나 더웠는지 매미도 풀벌레도 우지 않다가, 여름이 다 가고야 슬그마니 제 짝을 찾아 노래를 불렀더랜다. 날이 풀렸음에도 햇빛이 뜨거워서인지 공원에서 노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멍하니 정자 지붕 너머로 보이는 하늘을 보고있자니 눈이 아파와 고개를 숙였다. 정자 옆 공원 귀퉁이의 나무 밑, 말라 죽은 매미 시체에 개미가 꼬여 득시글거리는 광경이 눈앞에 생생했다.
네가 그렇게 나를 떠난 뒤로, 나는 간간히 환각을 보고는 했다. 커다란 매미 시체에 개미가 드글드글 끓는 것이 지금도 헛것인지 아니면 생시인지 잘 모르겠다. 매미 시체는 이윽고 꾸물꾸물 커졌다.
개미들은 네 시체를 목전에 두고는 저들끼리 주둥이를 속닥거리며 저들 좋을대로 낄낄대었다. "쟤가 걔라며, 그 ㅇㅁ고 빗자루녀." "걔 지금 새끼까서 낙태비 벌려고 자퇴하고 오피뛰고있대." "걔 걸레였다며? 아는 선배가 걔랑 처음 만난 날 단둘이 되니까 갑자기 걔가 먼저 올라타서 쪽쪽 빨고 난리를 치더래. " 한껏 속닥거린 개미들은 이윽고 흥미가 떨어졌는지 네 시체를 갈갈이 찢어 제 배를 불렸다.
매미야, 네 죽음이 그런 이유가 아님을 아는 것은 나무 위의 매미동지들 뿐이지만, 죽은 동족의 명예를 변호하기에는 그들에게 남은 시간이 너무도 짧았나보다. 매미들은 쉼없이 울며 뜯어먹히는 네 시체를 외면하기 바빴다.
불쌍한 매미, 불쌍한 매미 노래를 흥얼거리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환각속의 너는 자그마한 단지 속에 들어가 앉아 땅속에 담겨있다.
다시 날아오를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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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연습은 처음이라 이렇게 쓰는게 맞는지 모르겠네요.
글쓰는게 너무 오랜만이라 감이 가물가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