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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13 17: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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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끓이며 나는 뭔가에 홀린듯.
골뱅이 캔을 따서 붓고 채소를 넣은 후, 양념장을 따라 버무리기 시작했다.
매콤새콤달콤한 골뱅이 무침이 완성돼 갈수록 그녀의 입가에 미소 또한 짙어져갔다.
아까보다 더 많은 소면을 삶아 찬물에 박박 행군 후, 정성스럽게 골뱅이와 소면을 따로 포장한다.
내용물이 철저히 보안되는 검은 비닐봉투에 조심스레 담아 따뜻하게 웃고있는 그녀의 차가운 손에 두손모아 바친다.
그녀는 갑자기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내게 윙크를 하고는 돌아섰다.
문을 열고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서야 정신을 차린 나는 문밖을 내다보았다.
그녀는 봉투는 남자에게 주고 대신 우산을 건네 받고는 유유히 멀어져갔다.
봉투를 든 남자는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도 봉투는 아주 소중하게 두손모아 가슴에 품고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