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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1 13: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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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초등학교 3학년때 이혼하시고 아빠랑 여동생이랑 셋이 지금까지 쭉 살아왔는데
초등학교때는 친구네 놀러가면 친구 어머님이 누구왔어? 이러면 내가 집에서 못느껴본 무언가 뭉클함에 눈물도 글썽이곤 했지만
뭐 크면서 덤덤해지고, 엄마랑 쇼핑이나 영화보러 가는 친구들보면 그냥 막연히 부럽다 하고 말았지 불행하진않았아요.
속옷이라던가, 생리대같은거 사려 돈 필요할때 돈달라고 할때 좀 부끄러웠던거 빼곤 다 행복했어요. < 이것도 시간이 지나니까
무덤덤하게 "아빠 돈 나 그거" 하면 알아서 잘 사다 썼지만.. 속옷에 대한 무지는 약간 좀 안타깝긴하네요. 훅 쳐질뻔 (뭐가? //_//)
아무튼 시간이 지나 인터넷을 통해 성인이 다 되어서 엄마랑 연락이 닿게 된 계기가 있었지만,
그냥 없는게 편한 사람같이 마냥 불편했어요
불편한데 자주 전화와선 기억도 안나는 어릴땐 너가 참 어땠는데 얘기 백날 들어봐야 공감대도 형성안되고
초등학교 저학년때부터 쭉 엄마노릇까지 해가며 성인이 될 때 까지 고생해서 키워준 건 아빤데
이제와서 용돈이 어쩌고 하면.. 동생과 전 버릇처럼 그돈으로 아빠 뭐나 해드리자.. 이렇게 되더라구요
한없이 낯설고 좁혀지지않는 거리감.. 결국엔 연락 다 끊고 다시 없던사람처럼 지내게됐어요.
저는 그나마 다행인건 부모님이 집에서 다투는건 본 기억이 없어요
어릴때라 기억에 없는건지, 아니면 밖에서 조용히 다투셨는지는 몰라도ㅎ
주변에 다른 편부모가정얘기 들어보면 성인이 되었는데도 부모님이 자주 싸우시고 가정내 불안감을 조성하니
그냥 이혼하는게 속편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많더라구요
저는 아빠한테 너무 감사해요
당신 젊은 시절 IMF에 전세 날려 집도 없고, 철도 안 든 초등학교 1, 3학년 두 딸 버리지않고
엄마노릇해가며 아침에 학교 데려다줘, 중학교 저학년까지 급식도 안할때라 아침일찍 도시락 싸서 챙겨주시고 출근하시고
회사 경리언니 붙여줘서 성교육 시켜준다고 부탁하던 아빠모습 거의 20년 전인데도 눈에 선해요. 축 쳐져있던 아빠 어깨, 그 모습 너무 마음아파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러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딸하나 결혼하고 곧 손주도 보고 할아버지 되겠네요 우리아빠
그동안 너무 고생많이하셨어요
앞으로 엄마몫까지 하빠한테 더 잘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