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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1 10: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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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교대생입니다
교대에 와서 처음 1년간 가장 많이 하고, 많이 듣는 질문은 '넌 교대에 왜 왔니?' 입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답변이 '아이들이 너무 좋아서 좋은 교사가 되고싶다.' 와 '부모님이 가라고 해서 (안정적인 직업)왔다' 입니다.
교대에 다니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졸업할 시기가 다 되어도, 여전히 교대 생활을 힘들어 하고, 적성에 안맞아하고, 실습기간을 괴로워하고... 하지만 마지못해서 학교를 다니고, 임용을 치는 친구들입니다. 그러고 나면 스스로도 힘들고 불행하고, 아이들도 불행하게 만드는 교사가 되어버리겠죠.
저희 학교는 1학년때부터 초등학교에 실습을 나갑니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1주일을 보내면서 너무 행복했다, 아이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하고 싶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너무 힘들었다고, 애들이 너무 귀찮다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후자의 대부분은 '안정적인 직업'을 바라고 교대에 온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의 목표는, 빨리 임용에 붙어서 교사가 되고, 승진을 해서 교장이 되어 더이상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고 지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이 목표고 이유라면, 교대 4년도 힘들고 교사가 된 뒤로도 그렇게 행복할 것 같지 않아요.
무슨 일이든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님께서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이 가장 님의 큰 가치라면 모르겠습니다.
다만 글쓴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앞으로의 교대 전망이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정부는 교육에 관심이 없어 필요한 만큼의 교육예산을 책정하지 않고, 예산이 부족하니 필요한 수의 교사도 충당할 수 없고,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으로 교대생이든 어린 아이들이든 경쟁만 강요하고... 교사의 자질은 그저 임용 시험 성적으로 판단될 뿐이고...
좋은 교사가 되기위해서 교대에 왔는데, 일단 교사가 되어야하기 때문에 임용시험에만 매달려야 하는 현실입니다.
임용 경쟁률 별것 아닌 것 처럼 보여도, 교대 졸업생은 교사가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교대를 졸업하면 할 수 있는 직업은 교사밖에 없는데, 교사가 될 수 있는 사람은 그 중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아주 멋지고, 좋은 선생님이 될 것 같은 선배인데 고작 1-2 점 때문에 임용시험에 몇번이나 떨어져서 기간제교사를 하며 여전히 임용시험 준비를 하시는 분도 있어요.
여기까지가 제가 그동안 느낀 교대에 대한 것입니다.
글쓴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자기 자신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보는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전 교대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지만, 내가 나의 가능성을 스스로 너무 몰랐던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늘 가지고 있습니다. 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만큼의 다양한 경험을 학생시절에 못해봤다는 아쉬움도요.
글쓴님께서 원서를 쓰기 전까지 꼭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좋은 결정 하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