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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31 10:5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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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어떤 거였나요??
함께 가자는 몽규를 동주가 창문 밖으로 내다 보는 장면과 이후에 몽규가 걸어가는 뒷 모습. 시인이 되고 싶다는 작은 꿈마저 쉽게 이루지 못하는 시대임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명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사욕과 명예, 몽규에 대한 시샘과 질투 그리고 그와 충돌하는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동주의 감정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내온 친구들이 조금씩 다른 길로 나아가면서 멀어지는 상황이 이제 막 30대에 들어선 제가 처한 상황과 맞물려 크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2. 같은 내용의 서명 날인 강요에 두 인물은 둘다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서명을 하거나 안하는 선택의 차이(? 대비?)가 있었는데 어떻게 보셨나요?
몽규는 작전을 실패한 것이 부끄러워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서명을 하였으며, 동주는 자신은 혁명에 가담하지 않았음에도 혁명을 일으킨 죄를 받는 것이 부끄러워 서명을 거절하였습니다. 몽규의 부끄러움은 소위 영웅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부끄러움이었으며, 동주의 부끄러움은 나약한 또는 평범한 한 개인이 느낄 수 있는 부끄러움이었습니다. 누군가는 몽규의 영웅적 부끄러움을 더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둘 모두 부끄러움을 알았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인물의 부끄러움의 차이는 타고난 천성(능력과 성품)에 의한 것이었을 뿐, 그 가치는 무차별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부끄러움을 알았다는 것 자체로 둘 모두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았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3. 동주와 몽규의 관계는 단순한 동무(?친구는 뭔가 느낌이 안삼) 이상의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몽규가 뜻을 이끌고 정리하고 보호하고, 동주는 뜻을 모아 함께 하고.. 이런 관계를 어떻게 보셨나요???
적어도 영화 '동주'에서만큼은 몽규는 영웅이자 천재로, 동주는 철저히 평범한 범인으로 그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에서 몽규는 천재이자 영웅입니다. 타고난 영민함은 동주를 압도합니다. 또한 그릇의 크기가 매우 커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이를 넘어 세상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존재입니다. 이는 동주와 밤길을 걷던 이여진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몽규에게 동주는 사랑하는 친구이자, 세상의 일부입니다. 몽규는 끝까지 동주의 평범함 삶과 시인으로서의 꿈을 지켜주려 합니다.
한편, 동주에게 몽규는 자신의 이상이자 시샘의 대상입니다. 몽규가 자신을 지켜주려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만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열등감에 사로잡혀 몽규를 미워하는 감정을 갖게 되고, 이 감정은 결국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몽규의 부탁을 거절하는 장면에서 폭발하게 됩니다. 그리고 형무소에서의 심문과정에서 몽규의 진심을 이해하게 되고 부끄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몽규와 동주의 관계는 천재와 천재를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샘하는 범인의 관계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