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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14 01: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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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발달이 아니라 인문학의 부재고 상상력의 결핍입니다.
인문학이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은 영원한 부도 영원한 권력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가 대대손손 영원할까요? 자신의 손자 대에서 끊길지, 자신의 아들 대에서 끊길지, 자신의 생전에 끊길지,
그것은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상상력의 극심한 결핍 상태에 지나지 않죠.
근시대 부자들이 계속해서 부자로서 살아가는 일이 많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인류 역사상 가장 공정한 사회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완전하지는 않았으나, 이전의 국가 체제에서는 보기 어려울 만큼의 복지 제도가 구비되었고,
그와 더불어 지속적인 경제적 성장 덕분에 유래 없을 만큼 중산층이 두꺼워졌던 시대가 종전 후 반 세기 동안의 세계였죠.
부자들이 살아남는 건 그들의 능력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그들이 운 좋게도 '좋은 세상'에서 부자가 되었기 때문이죠.
지금의 신자유주의 물결이 더 확대되고 빈부 격차가 극도로 벌어져 대댓분이 말씀하신 '최후에 내질러질 죽창' 앞에 와있다고 했을 때,
과연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그건 확률입니다.
살아남는 이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자신들이 업신 여기던 그 바닥으로 추락할 사람이 더 많을 거예요.
한국전쟁 때를 보세요. 그 극심한 사회 격변기에서 살아남은 몇은 운 좋게도 재벌로서 성장했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지주들, 마름들, 그동안 잘 살고 잘 먹던 상류층들이 붕괴되고 가난 앞에서 평등해졌죠.
그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는 데 실력이 더 중요한지 운이 더 중요한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면, 그런 극한의 상황이 닥치도록 사회를 쥐어짜기보다
자신이 가진 것을 어느 정도는 내려놓는 대신 사회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어떤 인문학이 권력의 유지를 가르쳐주는지 저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인문학에서 배운건, 결코 영원한 부도 권력도 지금껏 없었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