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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6 15: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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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알긴 뭘 알아]
에모토 마사루의 책 '물은 답을 알고 있다'도 일본산 사이비 과학으로 우리나라에서 한때 인기를 끌었습니다. 물을 얼리면서 결정구조를 관찰하는 실험을 했는데, 사랑이나 감사의 뜻을 전해주면 물의 결정이 예쁘게 된다는 겁니다. 욕을 하면 결정이 못생겨지고요.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려주면 예뻐지고, 헤비메탈을 들려주면 못생겨진다는 음악차별적인 발언도 합니다.
당연히 사이비 과학입니다. 물에 의식이 있다는 근거도 없고, 사랑의 파동을 물에게 보낸다는 원리도 엉터리입니다. 사이비 과학이 '파동'을 아무 데나 갖다 쓴다는 얘기는 몇 번째인지 모르겠군ㅇ. 어쨌든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결정이 예쁜지 안 예쁜지에 대한 기준도 없습니다.
요즘에는 이 이론이 시들해졌나 했는데, 작년에 놀라운 사실을 접했습니다. 우리나라의 한 산부인과 의사가 에모토의 주장에 영감을 받아 출산에 적용한 겁니다.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양수로 결정 실험을 한 결과를 책으로 냈습니다. 나아가 사랑의 파동을 전해 사랑수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분만을 한다고 합니다. 이 의사는 이렇게 태어난 아기가 훌륭하게 자란다고 주장합니다.
사랑수를 이용해서 분만하는 게 나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좋은 뜻으로 해도 과학이 아닌 건 아닌 겁니다. 훌륭한 아기가 태어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아무리 간절하다고 해도 물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일본에서 들어온 사이비 과학은 서점의 '건강' 코너에서 특히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유행한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의 '1일1식'도 한 예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5월호 '최신유행 다이어트 정말 폭풍감량 해줄까?'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변명 비슷하게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광복절을 맞아 잠시 반일감정을 표출시켜보기는 했지만, 일본의 과학 수준을 비하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일본은 기초과학 강국입니다. 과학기술 수준도 우리나라보다 높습니다. 우리가 배워야 한다면 그건 사이비 과학이 아니라 바로 기초과학을 강하게 키우는 방법입니다. 광복절을 맞아서 일본의 사이비 과학에서도 해방돼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