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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3 00: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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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드식 정신분석체계가 좀 심각하게 낡은 이론이기는 하지만, 꿈에 나오는 이미지들이 직관적인 상징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그 분석을 위해서는 특정 이미지들의 사회-역사적 상징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예지몽이라고 착각되는 꿈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현실에서의 특정 사건에 의해 '잊고 있었던' 잡다한 꿈 내용 중에 하나가 떠오른 경우입니다. 대개 꿈이란 현실에서 있었던 일화들을 소재로 재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어제 있었던 사건들은 내일도 비슷한 패턴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에 이러한 사건들중 하나가 꿈 내용과 겹치게 되는 경우입니다.
또 하나는 실제로 미래에 있을 내용을 예측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미래를 예지한다기보다는 강한 스트레스로 인해 가능성 있는 미래를 꿈으로 꾸게 되는 것입니다. 시험이나 면접에 실패한다거나, 혹은 성공한다거나, 위험한 일을 하고 있는 누군가가 다친다거나, 평소 운전을 험하게 하던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한다거나 하는 것들이죠. 다만, 이러한 꿈은 타당한 미래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닌, 꿈꾸는이의 감정(특히 불안)에 영향을 받은 미래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기에 실제로 맞을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예외가 있다면 안 좋은 사건들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전쟁터라던가 재난지역에서 꾸는 꿈 정도겠죠.
차원에 대한 얘기는 허무맹랑한 헛소리지만, 그래도 꿈에는 나름 재미있는 속성이 있습니다.
바로 인과관계가 반드시 시간순서대로 배열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이냐면, 보통은 [ 배가 고프다 -> 밥을 먹었다 -> 똥을 쌌다 ] 순으로 이야기가 이어지지만, 꿈에서는 [ 똥을 쌌다 -> 왜? 밥을 먹었으니까. -> 왜? 배가 고팠으니까 ] 식으로 사건이 시간 역순으로 혹은 시간과 관계 없이 산발적으로 나열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의식이 깨어나서 꿈을 재인(기억)하려 할 때, 이렇게 산발적으로 나열된 꿈을 인과관계 순으로 구성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고, 이로 인해 꿈은 비로소 '정상적인' 시간 순서를 가지게 됩니다. (사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좀 더 복잡하긴 합니다)
그런데 이런 속성으로 인해 무슨 일이 발생하냐면, 꿈 꾸고 있을 때 누군가가 갑자기 깨우거나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침대에서 떨어졌다 -> 추락하는 꿈을 꾼다 ] 순으로 꿈을 꾸게 되는데, 이 꿈을 의식이 기억해내는 순간 자동적으로 인과관계가 새롭게 구성되며 [ 추락하는 꿈을 꾼다 -> 침대에서 떨어졌다 ] 는 식으로 앞뒤가 맞춰져버립니다. 꿈이 1초 뒤의 미래를 예지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딱 좋은 재미있는 특징이죠.
그리고 꿈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면, 어쩔 수 없이 프로이트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심리학은 발전이 더딘 학문이라, 이렇다할만한 그 이상의 대안이 없어요. 편집적이고 틀린 내용이라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게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