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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3 20: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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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실 저희 아버지께서는 5월 20일에 하늘나라로 떠나셨습니다.
아프시기 전에도 매일같이 사랑한다 말하고, 안아드리고, 엄마랑 누나랑 넷이 제주도 여행도 가고, 제가 취업준비한다고 바빴을땐 셋이 한 달동안 해외여행도 다녀오셨었지요.
지금도 집에 걸려 있는 아버지 영정사진을 보면 돌아가신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물건도 거의 다 남아있는데 아버지만 집에 안 들어오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들도 암을 다 쉽게 이겨내니까, 혈액암이면 어떻고 고형암이면 어때, 남들 다 이겨내는데 우리 아빠라고 못 이겨낼까 생각할때가 있었는데
매일같이 사랑한다 말하고 안아드리고 밥도 같이 먹고 엄청나게 사랑을 드린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아버지께 못해드린 것만 생각나서 가끔식 울컥할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 아버지, 코로나시국에 3일장만으로 발인까지 마치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발인하고 화장하던 날, 한 줌의 뼛가루가 되어 유골함에 들어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버지 만져보라는 장례지도사님 배려 덕분에
생전에 그 따뜻하던 아버지의 체온을 느낄 수 있어 잠시나마 행복을 느꼈지요
유골함의 목끈을 목에 걸고, 양손으로 아버지 유골함을 두 손으로 꼭 잡고 버스에 오르고...
장지로 가는 그 길동안 저 또한 아버지를 두 손으로 꼭 안아드렸고, 아버지께서도 그 따뜻한 체온이 유골함 밖까지 뿜어져나와 저는 깜빡 잠이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버지,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그렇게 좋아하시던 자전거를 지치지 않고 타실 수 있어 다행입니다.
납골당에 자주 찾아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