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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3 1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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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생감자를 감자 본연의 맛이라고 하면서 즐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감자로서 구현 가능한 맛 중에서 가장 표준적인 맛 또는 이상적인 맛을 본연의 맛이라고 하는 셈이다.
(중략)
사실 소금 하나를 추가하는 것도 사소한 현상이 아니다.
나는 세상에서 단일 성분으로 가장 강력한 맛 성분을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소금을 꼽을 것이다.
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데아적인 맛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 것이다.
사람들은 단지 주변에 소금이 너무 흔하고 가격이 저렴해서 그 의미를 잘 모르는 것일 뿐이다.
아무리 좋은 재료로 많은 시간을 들여서 육수를 뽑아도 소금이 빠지면 그저 밍밍한 국물일 뿐이다.
우리가 하는 흔한 상차림에도 수많은 시행착오가 들어간 음식의 조합이고,
단지 그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잘 의식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중략)
육식, 잡식 동물들은 피를 먹어서 염분을 보충할 수 있지만
초식 동물들은 피로 염분을 보충할 수 없고
주식인 풀의 칼륨이 염분을 더욱 먹고 싶게 만들기 때문에 소금을 보면 본능적으로 먹으려는 경향이 있다.
주로 암염 등을 통해 보충하기 때문에 때로는 염분이 있는 돌을 깨먹는 동물도 있다고 한다.
로마시대에 죄수를 고통스럽게 죽이기 위해 염소에게 소금을 바른 죄수의 발을 핥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인간은 잡식동물이니 동물의 피를 통해 소금을 섭취하는 것이 정도이고,
음식에 소금을 별도로 추가하는 것은 자연의 순리를 벗어나는 행위라고 할 수도 있다.
사실 식물 중에는 소량의 나트륨이 있다.
어떤 식물은 소금이 좀 더 많은 것도 있다.
그래서 아마존의 여인은 소금을 얻기위해
소금을 많이 특별한 식물을 채취한 후 태워서 어렵게 소금을 구한다.
퉁퉁마디(함초)는 바닷가 개펄이나 내륙 염분지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식물이다.
소금을 흡수하면서 자라기 때문에 가공해서 소금 대용으로 쓸 수 있으며,
갈아서 즙을 짜면 간장과 비슷해서 함초 간장이라고 부르며 간장 대용으로 쓰기도 한다.
이외에 다른 해초를 가공해 소금을 얻을 수도 있다.
음식물에 소금이 부족하면 이처럼 소금기가 많은 식물을 이용하여 음식을 만들거나
그런 식물에서 소금기를 추출하여 사용하여야지
정제염이나 천일염처럼 별로도 소금을 넣어 너무나 간편하게 음식 맛을 내는 것은
정성이 부족하고, 맛을 너무 쉽게 왜곡하는 현상이라 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무슨 황당한 이야기냐고?
이런 논리가 감칠맛에는 만연하다.
감칠맛은 원래 글루탐산(=단백질 =고기)의 맛이다.
고기를 먹을 때나 느껴야 하는 맛이다.
발효로 만든 글루탐산(MSG)를 넣는 것이 맛의 왜곡이면,
정식 고기가 아닌 뼈와 짜투리 고기 등을 푸욱 고아 육수를 만드는 것도 약간의 맛의 왜곡이다.
원래는 인간은 먹지 않고 바다소 같은 해양 동물이 먹었던 해초인
다시마를 통해 고기 맛(글루탐산)을 뽑아내 쓰는 것도 맛의 왜곡인 것이다.
MSG는 화학조미료라 무조건 위험하다고 하던 사람들이
최근 일련의 방송 프로그램의 노력으로 완벽하게 천연 그대로의 글루탐산임이 밝혀지자
'MSG는 그 자체는 문제가 없어도 나쁜 재료의 흠을 감추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나쁘다'고 주장한다.
닝닝하고 맛도 없는 MSG를 음식에 넣으면 맛이 확 나는 것은 첨가물의 마술이라고? 전혀 아니다.
그것이 맛의 근본 원리이다.
음식에 소금을 넣으면 짜지는가? 전혀 아니다.
향도 풍부해지고 맛도 기가 막히게 좋아진다.
혹시 음식에서 짠맛이 느껴지면 그것은 소금을 넣어도 너무 많이 넣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 누구도 짜기만한 소금을 넣었는데
짠맛이 나지 않고 맛이 좋아졌다고 요술이라고 하거나 불만을 가지지도 않고,
소금으로 인하여 나쁜 재료의 흠집이 감추어졌다고 욕하지 않는다.
MSG를 넣으면 갑자기 맛이 좋아지는 현상은
소금을 넣었을 때 맛이 좋아지는 현상과 완벽하게 같은 현상이다.
(후략)
출처
http://seehint.com/hint.asp?no=13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