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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2 08: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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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죄, 문제 많은 법입니다.
모욕죄를 어떻게 판결하느냐가 문제인 건 맞죠. 근데 그렇게 판결해야 한다는 게 웃긴 겁니다. 법이 그렇게 주관적이면 안 되는 거거든요.
모욕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이냐, '사회적 통념'에 근거한 '정당한 비판'이란 무엇이냐는 검사나 판사마다 시대 마다, 시점 마다, 사회적 이슈 여부 마다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검판사에 따라 1심 판결이 2심에서 뒤집히는 사례가 많은데 각각 이유를 들어보면 그렇게 어이없지도 않습니다.
그것만 문제냐? 민사에 적합한 수준인 피해 사실이 형법으로 적용되어 합의금 장사에 이용되고 있는 것,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 국가 행정력을 상당히 낭비하고 있는 것, 선의의 피해자를 전과자로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 등 폐해의 사례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모욕죄가 있는 것이 미개하다는 말이 좀 셀 수는 있는데, 그렇게 보는 시선도 꽤 많아요.
서구 선진국에서 괜히 모욕죄를 폐지한 게 아닙니다. 걔들도 이미 겪었거든요. 이게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모욕죄가 폐지되지 못하는 건 이 법을 원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욕죄를 대신해야 하는 상당 부분의 지분이 '자정 작용'에 있기 때문이고요.
자정 작용을 믿지 않으시는 분들이 많은 건 압니다만, 이걸 등한시 한 채 형법에만 기대면 앞으로도 좋은 세상이 나오긴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