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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3 22: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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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누구의 죽음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딸은 살아있습니다. 온전한 상태로요. 겉으로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편지에 썼으니까요. 범인은 재미를 추구하는 인물입니다.
편지는 '정독' 해서 인간말종 아래에서 반듯하게 큰 딸의 위치를 추리토록 하는 것이 목적인 일종의 명령서입니다.
사람인 이상 절대로 편지의 내용을 무시할 수가 없죠?
딸은 그의 '구원' 이고, 범인은 딸에게 아빠가 봐야만 할 무슨 짓을 했습니다. 그리고 범인은 아빠로 하여금 '구원'을 구하지 못하고 지옥에 떨어지게끔 편지로 장치를 했습니다.
범인은 편지를 실내에 직접 놓아두었거나, 혹은 물을 마시라는 권고를 통해 아빠를 실내로 유도했습니다. 물은 실내에 있으니까요.
그래서, 딸도 역시 실내에 있습니다.
실내에 있는 딸은 그러나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으로 추정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유괴 공작이 통하지 않지요.
즉 아빠가 딸을 찾지 못하면 딸은 굶어 죽습니다.
하지만 딸을 찾아내더라도 좋은 상황은 아닐 겁니다. 범인은 딸에게 성대를 제거하고 마약을 투입했습니다. 이지를 상실하게 한 환각속의 [천국]이죠.
그리고 편지에 쓰인 대로, 소아성애자에 대한 고려도 충분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버지가 딸을 찾는 순간, '경찰'이 들이닥쳐 이러한 부녀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어떨까요? 감금, 은닉, 마약, 아동, 정황, 근친...
그야말로 아버지가 갈 [지옥]은 말 그래로 지상의 감옥. [천국]에 있는 딸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리 만무하죠.
그래서, 편지가 말하는 정확한 장소가 어디냐구요? 이런. 내가 끝까지 잘 읽으라고 했는데 다짜고짜 눈을 아래로 내리면 재미없지.
즉 아버지의 아래, 바닥에 목소리와 정신과 몸을 모두 천국에 떠나보낸 채 파묻혀 있습니다.
아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얘기했지? 딱히 살아있기를 바라지도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