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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21 10: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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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이 떨어지는 과거의 일을 특유의 미적감각으로 전통이라고 자부하며 유산으로 숭배하는 문화는 비단 저 칼뿐만이 아니라
임란시절에 있었던 일본의 다도 문화 에서도 드러납니다.
당시 효과적인 가마와 숯기술이 부족햇던 일본은 제대로된 도자기를 만들지 못하고 낮은 온도와 유약이 만들어낸 토기급쯤의 그릇들을 씁니다.
당시 일본에선 명과 조선에서 수입했던 도자기류가 매우 높은 사치품으로 쓰이고 있다가 전국시대에 이르러 센노리큐거사가 중립한 다도에서 선의 일종으로 각종 다기들을 쓰게 되고 그때 늘어난 수요를 수입품이 대체할수 없고 검소한 가치를 중시했던 거사의 뜻에 따라 일본국내에서 구하기 쉬운 토기다완등을 쓰게 됩니다.
그러다 임진왜란을 거쳐 우리나라의 도공들이 만들었던 그릇들, 그중에서도 일반 민중들이 쓰이던 민요의 '막사발'들이 일본으로 넘어가 일본 다도문화에서 높게 평가 받게되어버립니다.
유약이 흘러넘쳐 옹이진 그릇, 거친 바닥을 정리하지 않아 우툴두툴 솟은무늬하며 개밥그릇쯤이나 쓸까 싶은 이 막사발들이 어쩐지 일본에 넘어가 고라이분카(高麗文化)의 정수라던가 이조(李朝)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그릇 하나에 성 하나까지 맞먹을 정도로 가치가 치솟게 되죠.
하지만 이후 조선에서 건너간 도공들이 기술을 높여 높은 수준의 도자기들이 만들어지자 이제 유물 이상의 가치는 못가지고 일본 특유의 미의식에 대한 해석의 의미로만 남아있죠.
사실 이러한 특유의 고집스러운 버릇은 일본만이 아니라 억눌리고 사람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시기에 분출되는 욕망의 버릇, 일종의 벽(癖)에 가까운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일본의 미의식, 죽음에 대한 찬양등을 매우 고깝게 여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