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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3 03: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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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난장이들은 그들만의 낙원에서 살고 있었다.
어디든 흙을 파서 굴을 만들면 그들의 집이었고, 지천에 널린 나무열매들과 먹을 수 있는 풀들은 맛있는 양식이었다.
어린 빨간 코 난장이는 부모의 말을 듣지 않았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이듯, 숲의 밖으로 나선 빨간 코 난장이가 가장 먼저 본 것은 그 자신을 위협하는 장난감 나무 칼이었다.
빨간 코 난장이는 숲을 향해 도망쳤지만, 나무 칼을 들고 있는 인간 소년의 거대한 보폭 앞에서는 작은 몸부림에 지나지 않았다.
내려쳐지는 거대한 나무칼. 빨간 코 난장이의 단말마. 어떤 충격에 의해 빨간 코 난장이는 뒤로 발라당 나자빠져 어딘가로 굴러 떨어진다.
그가 정신적인 충격으로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자신을 밀쳐내고 대신 나무 칼을 맞아 대지의 흙으로 돌아가는 부모의 모습.
빨간 코 난장이는 숲의 나무가 인간들의 손에 베어지고 기름진 땅이 콘크리트로 뒤덮히는 많은 세월 속에서도 그 분노를 잃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땅 속에서 숨을 죽이고, 복수의 칼을 갈았다.
나무 칼을 섬뜩한 쇠 칼로 갚고 싶었다.
그가 거주하던 땅굴 위로 콘크리트가 부어진다.
그 위에는 집이 지어졌다.
그리고 그 집으로 들어서는 낯 익은 얼굴.
세월이 지나 더 거대해진 모습이지만 한 시도 잊은 적이 없었던 원수의 얼굴.
성장한 소년은 다 자란 여자 인간과 어린 여자 인간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섰다.
빨간 코 난장이는 복수를 하기 위해 집에 숨어들었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 버린 인간 소년이 애지중지하는 어린 소녀.
증오하는 인간 남자가 만든 인간의 소녀.
빨간 코 난장이는 밤마다 소녀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나도 너처럼 사랑받으면서 자랄 수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