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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3 04: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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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지내는 소녀의 모습에서 어린날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는 빨간 코 난장이.
그러다 기회가 왔다.
남자는 딸을 달래주기 위해, 난장이가 숨어든 벽장 속으로 들어섰다.
소녀를 죽이기 전에, 남자를 먼저 죽이고 말 것이다.
남자에게 붙어 그의 잠자리까지 따라간 빨간 코 난장이는, 남자가 잠든 사이 그의 목을 조른다.
아침이 밝았을 때, 아빠의 시신을 보고 절망할 소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차마 손에 힘을 더 줄 수가 없었다.
빨간 코 난장이는 남자의 출근길을 따라 나섰다.
집 밖에서라면 적어도 소녀가 받을 충격이 덜하지 않을까 싶었다.
오랜세월 기다려 왔던 복수.
남자의 뒤에서 갈고 갈아 왔던 작은 쇠 칼을, 그의 거대한 목을 향해 찌른다.
차는 전복되었고, 남자는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 한다.
그 심한 충격 속에서 빨간 코 난장이 또한 무사하지 못했다.
마른 흙이 되어 점차 사라지는 난장이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아마 남자는 살아남을 것이다.
생명이 맥동하는 그의 증오스런 경동맥을 찌르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운전대의 옆에 놓인, 그 남자의 보물이.
그 사진 속 눈동자가 자신의 눈동자를 향해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빨간 코 난장이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소녀의 천진난만한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