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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1 17: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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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실 맥주순수령의 이면에는.....
사실 맥주순수령이라는 게 맥주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용도만은 아니었어. 16세기 무렵의 독일에선 대개 백성들이 보리로만 만든 맥주를 마시고 귀족들은 밀맥주를 즐겨마셨을 정도로 밀맥주는 맛이 좋은 맥주거든. 그런데 맥주의 주재료가 되는 보리는 왕실이 독점적으로 재배권을 움켜쥐고 있었어. 왕실 입장에선 백성들이 보리를 많이 재배할수록 세금을 많이 거둘 수 있으니까 보리 말고 다른 곡식으로는 맥주를 만들지 못하도록 금지할 필요가 있었던 거야.
그당시 독일에선 빨리 취하게 만들기 위해서 독초를 넣는 양조업자도 있었다지만 맥주순수령이 제정된 밑바탕엔 백성들을 더 많이 착취하려는 왕실의 탐욕이 깔려있었던 게 사실이야. 1567년 독일 왕실이 밀맥주 제조를 금지할 때 백성들에게 내건 명분은 밀맥주는 영양분이 없어서 마셔도 힘이 나지 않는 술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였지. 거의 가카 수준의 변명이랄까.
그런데 그런 거짓말로 밀맥주 제조를 막기엔 밀맥주의 맛이 너무 기막혔거든. 그래서 15세기부터 밀맥주를 만들어온 데켄베르크(Degenberg) 가문 만큼은 맥주순수령과 상관없이 밀맥주를 계속 만들 수 있도록 예외가 인정됐지. 그리고 1602년, 데켄베르크 가문의 대가 끊기자 밀맥주 양조권은 바바리아 왕실 소유가 됐어. 그래서 바바리아 지역(바이에른, 뮌헨)에선 맥주순수령을 벗어나 꾸준히 밀맥주를 만들 수 있었던 거야.
- 딴지일보 '맥주를 알려주마' 일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