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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4 23: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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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극이 실록의 전산화 덕을 많이 봤다. 그리고 한국 사극작가들의 애증이 교차하는 공포의 책
쉽게 검색을 할 수 있으니까 새로운 인물들을 찾아내서 대입한다든가, 새로운 해석이 많아졌다. 진짜 검색만 해보면 다나오는 수준이다.
그 전에는 나이먹은 남자(즉, 제도권의 역사 교육을 받은 연륜이 많은) 작가만 사극을 썼는데, 지금은 젊은 여성(제도권의 역사 교육 지식도, 연륜도 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작가가 사극을 쓸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트랜디 사극의 주범 조선왕조실록. '나이먹은' 세대에 여자가 대학 교육을 받는 일이 얼마나 희귀한 일이었는지를 생각해 보자. 그것도 사학 같은 순수학문이면.
조선시대 사극이 이전에는 연산군, 단종, 장희빈 같은 몇몇 소재만 수십번은 우려먹었지만, 지금은 온갖 퓨전 사극이 나올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다만 이렇게 풍부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덕에 아니러니하게도 사극작가들을 공포에 떨게하는 책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실록의 데이터가 워낙 방대하고 상세하여서 약간의 고증오류만 내더라도 전국의 역덕들이 미친듯이 물어뜯기 때문. 실록이 존재하는 한 고증오류는 사극작가들이 피해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지뢰밭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딴에는 열심히 조사하고 '이쯤이면 완벽하겠지' 싶다가도 역덕들은 실록을 통해 귀신같이 오류를 찾아낸다. 그리고 작가들은 아예 대놓고 퓨전사극으로 가거나, 조선시대를 피해서 삼국시대를 우려먹겠지
조선왕조실록 엔하위키 中
온국민이 눈에 불을 켜고 저격을 하니, 작가도 쉬운 일은 아닐 듯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