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나는 남들보다 롤을 조금 늦게 시작했다. 가끔 pc방에 가면 열에 아홉은 롤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무생각 없이 롤을 시작했지만</font></div> <div><font size="2">카오스도 해본적이 없던 나에게 롤은 너무 어려운 게임이었다. 게임은 하면서 익히는 거지 라는 마음에 과감하게 튜토리얼조차 생략했고</font></div> <div><font size="2">초급 ai에게 영혼까지 탈곡당하고 말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패배감에 마음을 다잡고 튜토리얼을 진행한 후 초급 ai와의 혈전을 벌이면서</font></div> <div><font size="2">조금씩 롤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남들이 보면 우스워 보일지 모르겠지만 기계따위에 굴복하지 앟겠다는 나의 마음은 흡사 존 코너를 방불케</font></div> <div><font size="2">했다. 그렇게 ai를 이길수 있게 되었을때쯤 일반전을 해보기로 마음먹었고 처음 해본 일반전은 나에게 또다른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롤 용어에 대해 무지했던 나는 사람들이 무슨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었던 나에게 같이 </font></div> <div><font size="2">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부모님을 비롯한 일가친척의 안부를 물었고 이곳이 지옥이구나 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다. 제발 cs좀 먹으라는 </font></div> <div><font size="2">서포터의 말에 상점을 아무리 뒤져도 cs라는 아이템이 보이지 않는다고 대답했고 그렇게 서포터는 소환사의 협곡을 떠나갔다.</font></div> <div><font size="2">리쉬를 러쉬로 잘못보고 달리라는 얘기인줄 알고 적 정글로 뛰어들어가 적에게 도륙당한후 같은 팀원들에게 수많은 지탄을 듣기도 했었다.</font></div> <div><font size="2">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인터넷과 게시판을 뒤져가며 롤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조금씩 롤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font></div> <div><font size="2"></font> </div> <div><font size="2">하지만 이론이 는다고 손가락의 성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주로가는 포지션은 원딜이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font><font size="2">상대방을 </font></div> <div><font size="2">이기고 싶지만 혼자 미드나 탑에 가서 상대를 이길 자신이 없기에 서포터의 도움을 받아 그나마 상대를 잡기 수월한 원딜을</font></div> <div><font size="2">선택한</font><font size="2">것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는 조금씩 능숙해 지기 시작했다. 앞점멸 앞구르기 무리한 다이브에 모두 능숙해진 훌륭한 벌레</font></div> <div><font size="2">로 </font><font size="2">성장한 것이었다. 딸피만 보면 눈이 뒤집혀 달려들었고 물론 운영따위는 없었다. 운영은 자영업자들이나 하는게 운영이지 게임은 </font></div> <div><font size="2">그런게 </font><font size="2">필요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패배에 익숙해질 무렵 나에게 구원자가 등장했다. 친한 동생 하나를 롤의 세계로 끌어들인 것이다. </font><font size="2">그 동생 역시 롤은 </font><font size="2">처음이었지만 카오스를 해봤었고 원체 게임을 잘 하던 아이라 금새 롤에 적응하게 되었다. 나의 압박으로 서폿을</font></div> <div><font size="2">선택한 그 동생의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고 내가 아무리 삽질을 해도 항상 웃으며 조언을 아끼지 않던 그 동생 덕에 나의 실력도 </font></div> <div><font size="2">짚신벌레나 유글레라 같은 수준에서 쥐며느리 같은 접지동물 수준으로 조금 나아지게 되었고 조금씩 이기는 판이 생기기 시작했다. </font></div> <div> </div> <div><font size="2">어젯밤이었다. 간만에 술을 한잔 걸치고 게임방으로 향한 우리는 자연스럽게 롤을 시작했다. 왠일인지 그날따라 게임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술기운 탓인지 내안의 벌레본능이 몸부림 치는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이었다. 자식새끼 한입이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어머니의</font></div> <div><font size="2">마음으로 내가 미니언을 먹기 편하게 한대씩 톡톡 쳐주던 후배가 그만 미니언을 한마리 섭취하게 된 것이었다. 맵은 개뿔 볼줄도 모르면서</font></div> <div><font size="2">그런건 기가막히게 잘 보는 나는 후배에게 그걸 니가 왜 먹냐며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그러다 킬까지 먹겠다며 난리를 피우는 나를 </font></div> <div> 후배는 진정시키려 했지만 나는 사춘기 청소년처럼 토라친재 귀환을 타고 말았다.그렇게 냉랭한 분위기가 흐르고 어느덧 게임은 중반을 향해 가고 </div> <div>있었다. 팽팽한 대치가 이어졌고 우리팀 정글러의 갱으로 상대방의 피가 상당히 많이 빠지게 된 적 원딜을 보고 나는 또 미치광이처럼 달려들기</div> <div>시작했다. 이미 모든 정황을 살펴보고 무리라고 판단한 후배는 가지 말아요 내가 이렇게 빨핀데.. 라며 날 만류했지만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덨 나는</div> <div>이런 젠장맞을 놈 가만히 앉았으면 아이템은 뭘로 뽑아 라며 달려들었다. 구슬픈 백핑소리만 울려퍼졌고 그렇게 김첨지가 빙의한 채 무리한 다이브를 하던 나는 당연히 역관광을 당해 킬을 내주고 말았다. 왜 안따라오냐며 후배를 탓했지만 후배는 미안하다는 말 뿐이었다. 롤만 하면 기름종이가 되는</div> <div>나의 멘탈은 이미 그때부터 산산히 부서지기 시작했다.</div> <div> </div> <div>게임은 종반을 향해 치닫기 시작했고 운영을 할줄 몰라 중반만 넘어가면 길잃은 미아처럼 맵을 헤매는것 외엔 마땅히 하는게 없던 나는 그떄도 </div> <div>홀로 맵을 헤매기 시작했다. 미드에서 싸움이 일어났고 나는 남은 적들이라도 줏어먹을 요량으로 미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도착</div> <div>했을 때 이미 교전은 끝났고 우리가 진 상황이었다. 남은 적들이 날 때리기 시작했고 눈이 캄캄해 지기 시작했다. 그때 죽기 일보직전이 된 내게</div> <div>구원의 빛이 등장했다. 어디선가 파도가 밀려들었고 점멸로 벽을 넘어온 후배가 몸빵을 하기 시작했다. 적들도 피가 없는 상태라 싸우기만 하면</div> <div>이길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만 도망가고 말았다. 그렇게 후배는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했고 그런 후배를 버리고 도망치는 마음이 아팠지만</div> <div>이미 나는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제 살았다라는 생각이 들 무렵 내 머리 위로 직스의 궁이 날아들었다. 1초도 안되는 순간이었지만</div> <div>그 사이에 엄청나게 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에 스쳐지나갔다. 죽을때나 느낀다는 주마등을 게임에서 느끼게 될줄은 몰랐다.</div> <div>나는 왜 후배에게 좀 더 잘해주지 못했는가. 왜 나는 이렇게 바보같은가 하는 생각들이 떠오를때 내 눈에 점멸 쿨이 돌아온 것이 보였다. </div> <div>살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고 나를 위해 희생해준 후배를 위해 이번에 집에가면 꼭 와드와 핑와를 사가지고 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div> <div>하지만 이런 내 마음과는 다르게 다급해진 내 몸은 f키 대신 스페이스 바를 연타했다.</div> <div> </div> <div> 난 내가 죽는 모습을 화면 중앙에서 아주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