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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1월, 집권 후 1년여 만에 첫 기자회견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과 기자들 사이에는 권력과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 간의 긴장관계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청와대 출입기자단 사이의 조율을 통해 질문자는 정해졌고 질문지는 청와대에 전달됐다.
]최소한 질문지를 사전에 공유했다면 대통령의 답변에 대한 추가 질의응답이라도 있었어야 했는데 그마저도 없었다. 당시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질문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추가질문은 없는 걸로 알고 있었다”며 “추가질문은 애초에 가능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기자회견은 마치 대본 읽듯, 흘러갔다.
당시에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와 교학사 교과서 문제, 철도파업 등 현안이 산적했다. 하지만 12번 밖에 없는 소중한 질문 기회에서, 일부 질문의 수준은 크게 떨어졌다. 첫 질문자로 나선 연합뉴스 기자는 이미 박 대통령이 모두 발언에 말한 집권 2년차를 맞는 ‘소회’를 되물었고, 채널A 기자는 “퇴근 후 뭐하시냐”는 질문을 던졌다. 박 대통령은 그 질문에 청와대에서 키우는 진돗개 얘기를 했다.
2015년 1월, 신년 기자회견도 상황은 비슷했다. 2014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과 기자단 양 측에 “대본 읽느냐”는 비아냥이 쏟아지자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질문지를 사전에 청와대에 전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질의할 기자 순서를 정하거나 질문을 사전에 조율하는 모습은 그대로였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질문지를 사전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기자회견 직전, 질문지는 이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돌고 있었다. 한정된 시간을 아끼기 위해 질문을 사전 조율한다고 하지만, 이는 역으로 질문의 사전 유출 가능성을 높인다.
기자단 끼리 ‘합’을 짜다보니,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진다. 2015년의 경우 질문자 선정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는데, 질문자 추첨과정에서 조선·중앙·동아일보 및 해당 종편이 하나도 선정되지 않자 청와대에서 추가 질문을 더 늘릴 테니 조중동 및 종편을 포함시키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출입기자단은 이번에도 질문자를 사전에 선발하고 질문을 조율할 예정이다. 출입기자단의 논리는 단순하다. 일단 한정된 시간 안에 모든 매체가 질문을 할 수 없으며, 얼마 없는 질의 기회에서 중복된 질문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전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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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슨 웃프닝이...
대본 없이는 어떤 질의응답도 실행하지 못하시는 우리 대통령님.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