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적우' 출연을 놓고 말들이 많은데요.
일단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적우라는 무명(?)가수의 출연이 나가수에 득보다는 실이 많을 거라고 여겨집니다.
적우 출연에 찬성하시는 분들의 입장이나 의견은 대체로
"가수가 룸싸롱에 다녔건, 말건 그게 무슨 문제냐. 실력이 중요하지 않느냐."(진위여부는 제쳐둡시다.)
또는
"나가수에 무명가수라고 출연하지 말라는 법 있느냐. 실력이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
등 대체로 그 주장의 핵심이 가수의 '실력'에 초점이 맞춰지는 듯 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다릅니다.
분명히 단순한 음악 팬의 입장으로는
잘 알지 못 했던 가수를 이런 기회에 새로이 알게 되어
그의 새로운 음악, 좋은 음악을 듣는 것 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음악 팬이 아니라 '나가수' 팬의 입장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애초에 '나는 가수다'가 기획될 당시 나가수는
단순히 '노래 잘 하는 사람'이 와서 '노래 실력을 겨루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닌
한 자리에 모으기 힘든, 그 동안 주요 TV방송을 통해서는 볼 수 없었던
'이름값 있는' 실력파 가수들을 불러와
그들을 대상으로 (미처 가능할 거라 생각할 수 없었던) '스타 고수들 간의 경합'을 펼친다는 사실로
화제를 모았었고 실제로 그것이 저를 포함한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습니다.
단순히 '실력'만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이것을 상기할 때 '적우라는 가수가 기획 초기 당시의 이런 나가수의 취지에 부합하는가'라고 질문한다면
쉽게 긍정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프로그램이란 것이 항상 기획 초기의 초심을 가지고 가야 하나?
재미를 위해서 프로그램이 변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면
또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나가수의 경우는 '프로그램의 존속(!)을 위해서 변하는 게 아니라 초심을 유지해야 한다'구요.
이미 기존에는 '숨은 고수 찾기'류의 많은 음악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서도 충분히 섭외가 가능한 가수들을
나가수에 투입시킬 경우 지금 당장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가 문제가 됩니다.
분명히 한 TV프로그램에는 부정할 수 없이 '이미지'라는 것이 존재하고 '급'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앞서 현재 나가수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 나가수의 대표얼굴 김경호 씨를 살펴볼까요?
김경호는 나가수에 합류했을 당시
"순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무대에 선 것만으로도 너무 감격스럽다."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분명 누구도 그가 나가수에 합류한다고 해서 거기에 반기를 들지 않을
나가수라는 자리가 너무도 마땅한
경력과 명성과 실력을 갖춘 그 '김경호'가 그렇게 말한 '무대'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어떻게 보면 나가수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대체로 모두 갖췄다고 여겨지는
그들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생각되어지는 이러한 경력과 명성, 실력 등에 못 미치는
이 중 하나라도 크게 부족한 가수가 출연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켜보는 대중들은 제쳐두고, 당장의 프로그램의 재미는 제쳐두고
앞으로 출연하게 될 가수들의 급 또한 그 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급'이라는 것이 가수들의 실력 또는
여러 기준에 대한 수준을 서열화하는 표현은 아님을 밝힙니다.)
출연하는 가수들도 '사람'인지라,
아니 그냥 사람이 아니라 가수로서 경지에 오른 이들이기에
그들에게도 나가수라는 무대에 나름의 '자존심'이 있을 겁니다.
한편으로 아직 나가수에 합류하지 않고 있지만
출연 제의를 고사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무대에 대한 그만한 부담감이 이유가 될 수도 있겠구요.
그런데,
"어? 나가수 무대에 저런 가수가 나오네? 나도 나가수에 나가볼 만한 하겠다."
한 가수가 무대에 나오게 됨에 따라
정작 나가수가 아니면 우리가 절대 TV프로그램에서 쉽게 볼 수 없을 만한 무대들을
앞으로 놓치게 될 가능성이 더 크게 됩니다.
나가수의 문턱이 무조건 높아야만 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나가수의 문턱이 낮아짐에 따라 나가수는 기존의 프로그램들과 가졌던
나가수만의 파워를 잃게 될 것이고
진정으로 시청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가수들을 섭외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가수들을 웬 듣도 보지 못 했던 '급'이라는 마로 서열화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나가수에는 가수들도, 시청자들, 대중들도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경력, 명성, 실력 등에 대한 어느 정도 급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급은 누가 수치로 정해줘서가 아니라
출연하는 가수들의 경력, 명성, 실력 (그 외에 여러 가지) 등 의해서 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나가수가 자신만의 장점을 지키고 프로그램을 오래토록 보존하여
팬들의 오랜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섭외에 있어서
단순히 가수의 실력(물론 명성이나 당장의 인기 등 어느 한 가지)만을 고려하거나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 곧이 곧대로 밀고 나갈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Needs나 앞으로 출연할 또는 과거에 출연하였고 현재 출연 중인 가수들의
무대에 대한 인식들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내용이 횡설수설 길어진 것 같아 요약하자면,
1. 적우 출연은 나가수에 득보다 실이 많다.
2. 나가수에 기존에 출연했던 가수들의 위치와 상당히 궤를 달리 하기 때문이다.
3. 이는 단순히 한 두가지 측면의 문제가 아니라 나가수의 포지션과 정체성, 존망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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