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포풍 까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박정현씨.
사실 여태까지 보여준 수준의 퀄리티에는 상당히 못 미치는 무대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제가 '무대에서 도전하고 싶은 노래'라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죠. 제일 잘 부를 수 있는 노래보다는 나에게 이런 모습도 있다는 사실을 어필하는 무대라고 봐도 될 겁니다. 실제로 다들 엄청 파격적인 노래들에 도전했구요.
그걸 감안하면 예상치도 못했던 댄스곡을 '박정현답게'는 잘 소화해냈다고 봅니다. 원곡의 파워풀한 맛은 좀 없지만 대신 밝고 경쾌하고 애교가 넘쳤죠. 개인적으로 아침에 주스 CF에서 보여줬던 이미지가 많이 연상되더군요. 여태까지 잔잔한 발라드 곡들을 주로 불러오면서 차분하고 감성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만큼 제가 청중평가단의 입장이었다면 이번 노래가 상당히 신선했을 거예요. 많은 분들이 간과하는 부분입니다만 편곡도 박정현씨에게 어울리게 잘 나왔고.
다만 이런 평가는 어찌보면 원년 멤버이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합니다. 발라드 혹은 알앤비 가수로서의 모습을 차곡차곡 쌓아온 박정현씨이기 때문에 이런 변칙적인 모습이 더욱 어필을 한달까요. 만약 박정현씨가 첫 무대에서 이런 식으로 불렀다면 가차없이 '골찌'를 먹었겠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캐릭터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들 '오 귀엽다. 댄스곡도 나름 잘 어울린다.' 할 수 있는 거죠. 적어도 저는 꽤 좋았습니다.
노래만이 평가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도 어느 정도 반영되어가는 나가수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분들도 계시겠습니다만, 나가수가 벌써 18회째입니다. 어지간한 미니시리즈 보다도 길어요. 여태까지 쭉 보아오신 분들이라면 일주일에 한번씩 네 달에 가깝게 같은 가수들을 계속 본 셈입니다. 캐릭터가 안 만들어지고 감정이입이 안 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입니다. 성공적으로 안착한 나가수가 이제는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부분이죠. 저는 그냥 흐름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아쉬운 옥주현씨.
잘 했죠. 잘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겁니다. 뭔가 강렬한 걸 보여준다고 해도 나가수의 청중들이 즐길 수 있는 걸 줘야죠. 거기는 음악중심이나 뮤직뱅크니 하는 무대처럼 어린 친구들만 잔뜩 모인 장소가 아닙니다. 10대부터 50대까지 남녀노소가 골고루 모여있습니다. 그런 자리에서 몸에 딱 달라붙은 의상에 허벅지 훤히 내놓고 섹시 댄스 추고 있으면 안 되죠.
오랜간만의 명절에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모여서 단란하게 저녁밥을 먹고 있는데 손담비나 이효리같은 친구들 나와서 여기저기 잔뜩 헐벗은 채로 온몸을 꿈틀꿈틀 흔들어대며 노래부르는 모습이 TV에 나온다고 해봐요. 그거 맘편하게 즐길 수 있을까요. 대개 채널이 돌아갑니다. 그거 박수치면서 즐길 수 있는 용자는 많지 않아요. 더군다나 공연장에 가서 바로 옆에 10대 소녀도 있고 60대 할아버지도 있고 하는 자리에 앉아있는 청중평가단을 생각해보세요. 옥주현씨의 공연을 있는 그대로 즐기기는 상당히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무대를 보면서 옥주현씨가 안티가 많은 이유를 약간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뭐랄까,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분위기를 잘 읽지 못하는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약간 들더군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오히려 정말로 성격이 더러운 사람들보다 욕을 더 많이 먹습니다. 왜냐하면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니까 자주 눈에 띄는데 정작 분위기 파악을 못 하는 이상한 짓을 저질러서 자꾸 보는 사람의 신경을 거스르게 되거든요. '나쁜 자식' 이라면 그나마 나은데 '재수없고 짜증나는 자식' 이 되면 이건 답이 없습니다.
일반인이면 왕따. 연예인이면 비호감.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잔뜩 모여 계신데 한참 어린 아이가 감히 섹스 어필하고 있으면 그것만큼 비호감인 경우도 없는 겁니다. '쟤 뭐야?' 가 되는 거죠. 이것만 좀 보완하면 옥주현씨도 대중에 어필할 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죠. 뭔가 좀 더 대중이 원하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것 같은게 참 아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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