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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당원들 주최 당대표 토론회를 조율하러 다닐 때, 송영길 의원과 만날 계획은 아니었습니다.
보좌관과 대화하는 사이에 송영길 의원이 난입을 하셨던?
글이나 영상과 달리 대면하게 되니 덩치가 황소만 해서 별명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안 그래도 인터넷 상에서 송영길 의원이 노무현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주장이 강한데 그게 아니라는 게 보좌관 분들의 불만이었습니다.
그리고 송영길 의원도 이를 받아서 불만을 드러냈지요.
‘내가 민집모와 가장 강하게 싸운 사람인데, 어떻게 나를 민집모로 볼 수 있느냐...?’ 취지의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후보 네 명 중에 가장 민집모. 그리고 민집모의 전신 안개모와 싸운 기간이 긴 정치인을 꼽으면 송영길의원이 맞을 겁니다. 안개모는 정동영의 실용주의를 대변하는 그룹이었고. 김근태와 손학규를 지지한 송영길 의원은 오래 대척점에 섰어요. 07 대선 끝나고 송영길 의원은 정세균 국회의장과 같은 팀이었던 시간이 길었죠. 안개모는 민집모로 다시 바톤을 이어받고. (최근 송영길 의원은 통합행동에 참여하며 비판을 듣고...)
이런 불만을 듣는 와중에 송영길 의원에게 전화가 오더라고요.
송영길 의원의 대답을 들으니 기자분인거 같던데.... (나중에 읽어보니 오마이뉴스더란)
몇시간 전 추미애 의원 기자회견에 대한 소감을 송의원이 얘기했습니다.
송의원이 문제삼은 게 요부분인데....
'지난 대선은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가 개입한 유례없는 관권선거였습니다. 이번 대선에도 이와 같은 헌정질서 파괴행위가 지속된다면 정권교체의 희망도 사라지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무너질 것입니다.
공정한 대선관리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과 내각 총사퇴 후 선거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합니다.'
송영길 의원이 통화 상대방에게 하는 얘기가 아마 '아니 이명박을 심판하자고 했더니 박근혜가 나와서 새누리 안에서 정권교체 했는데. 박근혜 탈당하라고 하면 또 박근혜 심판하는 반기문이나 유승민이 되지 않겠느냐. 대통령을 탈당하라고 하는건 잘못된거다. 국정을 운영한 책임을 지게 해야지.‘ 취지의 대답이었을겁니다.
전 마음에 들었습니다. 실제로 실현되면 더민주도 난감하거든요. (유승민은 아니라고 봅니다만) 추미애 의원이 기자회견을 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데 비판의 포인트를 제대로 잡은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집에 가서 생각해보니 오히려 추미애 의원이 더 득점을 할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새누리당도 전당대회를 하는지라 추미애 의원의 도발 포인트를 그냥 넘어가지 않을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새누리당의 당 대변인도 발끈하면서 대선 불복이라고 비난하고.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들도 발끈하면서 추미애 의원에게 다시 공이 넘어왔습니다.
그리고 “다 끝난 정권에 불복은 무슨 불복” 이란 홈런을 쳐버리지요.
이 수순을 노리고 여의도 기자회견을 준비한건지 저는 모릅니다.
단지 이후에 여론조사에서 지지부진한 추미애 의원이 1등으로 올라섰다는 사실만을 기억할 뿐이죠.
이건 송영길 의원의 우려와도 좀 다르게 흘러가는데.
이렇게 서로의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언행은 새누리당에도 영향을 줍니다.
박근혜의 십상시 이정현 의원이 전당대회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타더군요. 지금 아마 독보적이죠?
전 추미애 의원이 박근혜 탈당을 얘기해서 오히려 박근혜가 새누리당을 더 책임지게 만드는 수순은 유능하다고 평가합니다. 선거의 여왕은 앞으로도 더불어민주당을 도울듯..
송영길 의원은 당원중 한분에게 학생회장 선거때 날 찍었느냐 하는 농담을 던지다가 바빠서 자리를 떠나고, 보좌관들과의 대화를 좀더 했습니다.
다시 한번 더민주는 온라인으로 당원을 가입하기만 하지. 당원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송영길 캠프는 어떤 약속을 할수 있는지를 제가 물었습니다. 발표 예정이라고 하더라구요. 분위기는 훈훈해지고.....
이전 전당대회에 비해서 당대표 후보들이 당을 어떻게 개혁하고 운영할지에 대한 정책이 부족하다고 다시 질문하고, 젊은 비서관이 대답했습니다. ‘정책을 내놓으면 반응이 없더라고요’
맞죠. 사실 정책을 내놓으면 반응이 없어요. 정책을 내놓으면 언론에 실리지 않고.
언론은 정책을 분석하면 조회 수가 안 나오고. 유권자는 정책을 내달라고 하면 정치인이 반응이 없고…….의 악순환이죠.
‘계파갈등’ 말고 정책기사 쓰라고? 쓰고 싶어도 못 쓴다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0596
(굉장히 잘 쓰인 기사입니다. 한번 읽어보시는 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을 어떻게 개혁하고 운영할지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당원과 지지층이 있다고 알려주는 게 필요합니다.
물론 정치인들이 요구를 맞춰주다 계파 싸움기사를 쓰고 싶어 하는 기자들에게 던져줄 기사가 없을지도 모르죠. 그러면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7월말에 발표한다던 송영길 캠프의 온라인 소통 공약을 기다렸습니다.
안 나오더라고요. 송영길 캠프에 질문하니 기자들이 지금 쓸 형편이 안 된다고 미뤄 달래서 다음에 발표한다 하던데…….
8월 6일 더민주 당대표 후보 합동 토론회에서 발표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습니다. 저야 모르죠.
헤어지기 전에 노사모 출신으로 정치 일선에 뛰어들었다던 보좌관 한분의 충고가 기억에 납니다.
요약하면 ‘정치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실망하지 않고 오래 남을 수 있다. 개혁당 출신으로 열린우리당에 참여한 당원들이 얼마나 남았는지 기억하라‘ 정도인 듯 한데...
고맙게 들었습니다.
정치에 대한 기대치를 끝없이 올리기만 하면 오히려 정치혐오에 빠지기 쉽고. 쉽게 탈당해버리거든요.
끈질기게 버티고, 차선책이라도 선택해서 더 나은 정당. 나은 나라를 멀리보고 만들자고 이 글을 씁니다.
간단요약:
송영길의 몸집은 별명처럼 크다.
송영길의 정치 경력을 보고 투표할지. 최근의 행보를 보고 투표할지는 유권자 각자가 판단하는게 맞다.
추미애의 기자회견을 비판하던 송영길은 유능했다.
다만 ‘새누리당은 닭이 먼저’ 라는걸 간파한 추미애의 수순이 더 정교해서 비판한 부분까지 납득시키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더라.
‘누구 좋으라고 탈당하느냐’는 진리다. 정당에 짜증나면 내부 경선에서 응징하고 끝까지 버티는 당원이 승리자다.
출처 | http://cafe.naver.com/theminju/9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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