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기사를 보고 아무리 학문의 자유가 있다지만 이런 왜곡된 주장이 버젓이 나오는 것을 보고 몇자 올립니다.


"한글 뿌리는 몽골 파스파문자..한자음 표기 위해 제정"
http://media.daum.net/culture/all/newsview?newsid=20160929114759404

위의 기사에서는 한글의 뿌리가 몽골의 파스파 문자를 본따서 만든 것이고,
일반 백성들의 문자 생활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자음 표기를 위해 만든것이라는 한 학자의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이 주장 중 첫번째를 보면 몇몇 글자의 유사성을 들어서 한글이 파스파 문자를 근본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그냥 문자 중 일부가 ㄱ, ㄴ, ㄷ, ㄹ, ㅂ 등과 모양이 비슷하다는 것이 그 주장의 전부입니다.

그러나, 훈민정음 해례본에서 한글 창제 원리를 밝혔듯이, 기역(ㄱ), 니은(ㄴ) 등 자음의 대부분은 발음시 혀가 구부러지는 모양,
미음(ㅁ)은 입 모양, 이응(ㅇ)은 목구멍 모양 등을 본따서 만들었고, 이들 기본 자음에 획을 하나 또는 2개씩 추가해서 'ㅋ', 'ㅎ', 'ㅈ', 'ㅊ', 'ㅂ', 'ㅍ' 등의 자음을 만들었습니다.
모음의 창제 원리는 천지인 삼재의 철학을 반영하여 만들었습니다.

사실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나 일제의 사주를 받은 어용학자들, 또 일제의 후원을 받는 일본이나 외국의 학자들은 한글의 창제원리는 폄훼하면서 위의 기사에서 나온 것 처럼 다른 외국의 문자를 베끼거나, 또는 창틀이나 창문 모양을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만,
훈민정음의 창제원리가 기록된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면서 이런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일제는 이 훈민정음 해례본을 구입해서 소각하려고 했지만, 전형필씨라는 분이 사재를 털어서 구입해서 지켜냈었죠.)

이처럼 창제원리와 사용원리까지 다 고안하고 만들어낸 것이 바로 훈민정음-한글입니다.

물론 한글 창제시 많은 나라의 자료를 참고했다고 나와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문자 자체보다는 음운학, 음성학 등 발음과 문법등에 대한 자료였습니다.

성삼문 등 성균관 학자들을 중국에 파견하여 문자 창제에 도움을 받았다는 것 때문에, 저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때 성삼문등이 도움을 받은 것은 음운학 등 문법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기사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저 파스파 문자라는 것과 한글은 생김새도 전혀 다릅니다.

(파스파 문자 http://www.omniglot.com/writing/phagspa.htm)

위의 문자들이 바로 파스파 문자입니다.

한글과 비슷하다고 느끼시나요?

원래 파스파 문자는 원나라 시절 쿠빌라이 칸의 명을 받은 당시 국사인 파스파라는 승려가 자신의 모국인 티벳 문자를 일부 변형하여 만든 문자입니다. 즉, 티벳문자에 네모를 씌우는 등 티벳문자를 변형한 것이 바로 이 파스파 문자죠.

자음이나 모음을 합한 숫자가 43개로 같다는 것도 구체적으로 들어보면, 전체 자음과 모음을 합한 숫자는 같으나 자음과 모음의 숫자가 각각 다르고, 파스파 문자는 43개의 문자 중에 9개가 기호입니다. 그리고 산스크리트어를 표기하기 위한 문자가 들어가 있죠.

따라서, 생김새 조차도 다릅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의도적으로 한글을 폄훼하고, 우리민족의 독창성을 부정하기 위한 식민지 교육의 일환으로 심심하면 저 파스파 문자를 가지고 와서 이런 주장을 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뉴라이트 등 친일 부역세력이 대놓고 활동한 이후로는 이런 식의 왜곡된 자료를 언론이나 방송, 책 등을 통해서 주장하는 일이 부쩍 늘어나고 있네요.

이런식의 주장을 하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 나라를 과거와의 전통이나 역사와 단절시키고, 과거의 역사를 부끄러운 것으로 축소함으로써 자신들의 친일매국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집단들의 꼼수가 숨어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