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 과거 : 산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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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7925

작성자 : 알수없다,★

추천 : 4

IP : 59.15.***.210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3/06/28 21: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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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과거 : 산문] 순간,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o:p></o:p></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o:p></o:p></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div> <div align="center"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순간, </div> <div align="center"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div> <div align="center"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div> <div align="center"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div> <div align="center"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o:p></o:p> </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알 수 없다,</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o:p></o:p></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그녀의 시선이 사진 한 장에 멈췄다. 옆에 서서 말없이 바라보고 있자니 그녀는 마치 꿈을 꾸는 듯했다. 아니, 먼 태곳적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는 눈빛이었다. 몽환과 기억이 겹친 실타래 같은 눈빛.</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한 때 사진작가가 꿈이었다던 그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그 꿈을 버렸다고 했다. </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그냥. 그냥 접었어. 뭐랄까, 알몸의 실체를 알고, 그 안에 들어 있는 비릿한 비밀을 알았다고나 해야 할까. 그래서 접었어. 아, 접었다기보다는 버렸다는 게 더 맞을 거야. 그런 꿈을 꿨다는 일 자체가 기분 더러웠거든.”</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o:p></o:p></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일 년 전이었다. 사진을 찍고 있던 내 등 뒤로 다가와 한참이나 말없이 서 있던 그녀를 처음 만났던 때는. 처음에는 별다른 느낌이나 생각이 없었다. 흔한 일 중에 하나였을 뿐이니까. 사람들은 사진을 찍을 때 구도를 어떻게 잡는지 보고 싶어 하기도 했고, 어떻게 찍는지를 궁금해 하거나 다른 사람들보다 전문적으로 장비를 구비했다 싶으면 막연한 동경으로 인한 호기심으로 주변에 머물다 사라지곤 했기 때문이었다. </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지금은 그 구도보다 우측역광으로 해서 광각렌즈를 쓰면 더 좋겠네요. 저기 가방 안에 렌즈도 있는데….”</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나는 뒤를 돌아봤다. 하얀 원피스에 넓고 코발트블루 색으로 물든 허리띠로 허리를 강조했고, 약간 긴 단발머리를 아무렇게나 바람 따라 흩날리도록 내버려둔 채 웃고 있었다. ‘이가 참 하얗다’라는 생각이 처음 내 머릿속에 든 그녀에 대한 감상이었다. 한쪽 무릎을 세운 자세로 사진을 찍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사진에 대해 좀 아시나봐요?”</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아뇨, 그저 어깨너머로 좀 배워본 적은 있어요. 누가 비슷한 구도로 찍으려 할 때 했던 말을 들어서 참견했는데 죄송해요.” </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우리는 공원을 걸으며 어떤 구도에서 어떤 사진을 찍으면 좋을지에 대해 의견도 나누고 사진은 순간을 영원처럼 남기는 행위라는 생각에 동의하며 노을이 지는 순간을 기다리다 지금까지 이렇게 만나게 됐다. </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우리가 연인이라고 하거나 그저 친구일 뿐이라 말하기는 애매했다. 가끔은 서로의 밤을 지피기도 했고, 더 자주 키스도 했으니 말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이일 수도 있지만 이것도 저것도 되는 사이라고 생각했다. 구속 없이, 친구처럼 지내는 연인 사이는 내가 이상향으로 꼽는 관계였고, 아이들도 아닌데 사귄 지 며칠 따위를 세는 일도 그저 어린 날의 치기쯤으로만 생각해서 그랬는지도 몰랐다.</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사진을 버렸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 그녀와 함께 전시회에 가는 일은 삼갔다. 불편해 하는 그녀의 표정도, 그녀의 내면을 헤아리느라 사진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채 시간과 돈만 소비하는 꼴이 되는 일도 싫었기 때문이었다. 혼자 다녀오면 별 문제 없었다. 그녀 역시 그런 나를 이해해줬다. 서로가 싫어하는 일을 서로에게 강요하지만 않으면 될 뿐이다.</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한 달 전이었다. 그녀가 사진 전시회가 열린다며 표 두 장을 내게 건넸을 때는. 무슨 일인가 싶었다. 결코 그녀가 먼저 사진 전시회를 가자고 할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던 내게는 꽤 신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겁이 나기도 하는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날 그 자리에서 마시던 커피 향과 낮게 퍼지던 월광소나타, 그녀의 뜻모를 미소, 문득 창문을 통해 싸하게 전달되던 바람의 농도 등이 지금 이 순간에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 만큼 또렷하게 각인돼 있다.</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프랑스에서 돌아오면서 전시회를 연다는데 나, 사진 배웠던 적 있잖아. 그때 알던 사람이야. 내가 좀 많이 좋아했었는데 한 번 가보고 싶어. 그 사람 눈으로 어떤 사진을 어떻게 찍었는지 보고 싶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 같이 가줄 거지?”</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싱긋 웃는 그녀의 웃음에서는 봄날의 어지러우면서도 나른한 아지랑이를 닮은 웃음이 피어올랐다. ‘저 웃음 때문에 내가 맥을 못 추지’라는 생각을 하며 나 역시 웃어보였다.</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o:p></o:p></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이봐, 이 사진, 꽤 구도가 좋은데. 사진 한 장에 어떤 스토리가 담긴 듯도 하고 말이야.”</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이런 말을 하며 옆을 돌아봤을 때 그녀는 내 옆에 없었다. 잠시 당황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조금 전 ‘아!’하는 탄성을 깊고도 짧게 내뱉었던 사진 앞에 여전히 서 있는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꿈을 꾸는 듯하기도 하고 먼 기억을 거슬러 오르는 듯한 그 눈을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그녀가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 한번도 내 사진이나 어떤 사진 앞에서도 지금과 같은 눈빛을 한 적이 없었다. 처음 보는 그녀의 모습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그녀의 모습에 당황했다기보다 그녀가 내가 없는 공간에 홀로 서 있다는 느낌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몇 번을 불러도 그녀는 돌아보지도 않은 채 하나의 피사체가 되어 서 있을 뿐이었다. </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사진을 다시 봤다. 딱히 시선을 끌만한 구도는 아니었다. 하늘 아래 갈대숲 사이로 커다란 모자를 쓰고 지나가는 어떤 여자의 사진이었다. 그저 느낌일 뿐이지만 여자는 나체이리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흔하게 볼 수도 있는 그런 사진인데 그녀는 어떤 생각과 느낌을 받았기에 저 자리에 붙박혀 움직일 줄 모르는 것일까. 소외된 느낌. 함께 있는데도 외롭다는 느낌을 그때 처음 느꼈다.</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탄탈로스가 생각났다. 신들을 속인 죄로 물이 넘치고 먹을 게 넘쳐흘러도 마실 수 없고 먹을 수도 없는 벌을 받아야 했던 탄탈로스. 전시회 관람표를 내민 이후로 그녀는 잠자리는 물론, 키스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조금 얼떨떨했지만 여자들의 흔한 변덕일지도 모른다는 안일한 생각이 불안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요즘이었다. </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갑자기 조용하던 전시실 내부가 요란스러운 인사와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그녀도 그제야 잠에서 깬 듯 뒤를 돌아봤다. 작가라고 팸플릿에 소개된 사람이 입구에서부터 인사를 받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는데 나를 아는가 싶었다. 내 쪽을 보더니 아무 거리낌 없이 그리 크지도 않은 전시실을 가로질러 내 앞에, 아니 그녀 앞에 섰다.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할 때였다. </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내가 한 약속 잊지 않았지?”</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그녀의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소식 들었어. 내가 약속 어기고 더 체류하기로 한 뒤부터는 사진 버렸다며? 미안해. 욕심이 생겨서 약속 못 지켰어. 내가 귀국해서 첫 전시회 할 때 네 사진을 가장 중앙에 걸어놓겠다고, 그게 내 청혼이라고 한 말도 기억하지?”</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그와 그녀가 짧게 나눈 대화를 떠올려보자니 나는 일 년 가까이 바보 같은 짓을 한 게 아닌가 싶었다. </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조용히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후우- 길게 내뿜는 담배연기가 어제처럼 흩어졌다. 내 기억도 어느 즈음에선가 흐트러지고 사라지겠지. 시간의 향취만 남긴 채. </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집으로 돌아가며 기억의 서랍을 정리하듯 그녀와 함께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편의점에 들러 술을 살까 하다 그냥 나와 버렸다. 그 술을 마실 때마다 다시 그녀가 떠오를지도 모르니까. </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이별은 순간이었다. 사진도 순간을 포착한다. 쉽게 잊지 못할 순간의 사진을 가슴에 찍힌 채 카메라를 장롱 깊숙이 넣었다. 여름인데도 문득 추위를 느껴 몸을 둥글게 말았다. </div> <div class="0" style="line-height: 200%;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div> <div class="0" style="background: rgb(255, 255, 255);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div> <div class="0" style="background: rgb(255, 255, 255);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div> <div class="0" style="background: rgb(255, 255, 255);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200X2]</div> <div class="0" style="background: rgb(255, 255, 255);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div> <div class="0" style="background: rgb(255, 255, 255);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div> <div class="0" style="background: rgb(255, 255, 255); mso-pagination: none; mso-padding-alt: 0pt 0pt 0pt 0pt"> <o:p></o:p></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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