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p> </p><p> </p><p> </p><p> </p><p>  대구 내려가기 전에 언니네 가게에서 일을 한달 반 정도 봐줬다, </p><p>  물론 쉬고 싶거나 일이 있을 때는 미리 말하고 쉬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조정하면서 일을 했다, </p><p> </p><p>  내가 대구로 내려간다 지난 주에 얘기를 했다,</p><p>  언니도 사람 구할 시간은 있어야 하니까, </p><p> </p><p>  뭐, 그리 나쁜 조건도 아니고 오히려 좋은 편에 가까운데 내 경우에는 정직원이 아닌 알바 개념이었다, </p><p>  언니는 정직원으로, 매니저로 채용하고 싶어 했지만 내가 거부했다, </p><p>  전에 하던 일을 다 끝내지 못하기도 했거니와 더불어 더 받은 일도 있어서 내일에나 제대로 마무리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p><p>  물론 더 큰 이유는 다시 전에 하던 일을 하거나 다른 언니와 약속했던 일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p><p> </p><p>  먼저 약속을 했던 언니가 자리가 잡히고 이제 제대로 시작할 단계라 나를 불렀다, </p><p>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나로서는 당연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p><p>  여기 언니에게는 내가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 </p><p> </p><p>  이제 대구로 내려간다 했을 때 언니는 전에 하던 일 하면서 여기에 있으면 안 되냐 물었고, </p><p>  어찌 되든 일단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내 고리타분할 수도 있는 생각 때문에 우선은 내려가겠다 했다, </p><p> </p><p>  그런 언니가 오늘 혼자 술을 처묵처묵 하더니 울었다, </p><p>  안 내려가면 안 되냐면서, </p><p>  </p><p>  대리를 불러 겨우 집에 들여놓으니 자고 가라며 옷이 찢어지게 잡지를 않나</p><p>  눈물 콧물 애처럼 흘리며 가지 말라고 하지를 않나, </p><p>  욕 나올 뻔 했다, </p><p> </p><p>  마음이 너무 아파서, </p><p>  언니가 나를 아껴주고 도와주고 한 것들 다 아는데, </p><p>  오히려 내가 더 힘이 돼주고 잘해주지 못한 게 많아 미안한데,</p><p>  그렇게 울면 나는 어쩌라고, </p><p> </p><p>  한 시간 가까이 언니를 달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 </p><p>  담배연기만 밤하늘에 뭉게뭉게 피워올렸다, </p><p> </p><p>  낮에 어머니께 이것저것 사드린 뒤 다시 용돈을 챙기지 못해 대리비를 내고 나니 지갑에 남은 돈은 1700원,</p><p>  소주 한 병 사와서 마시며 이런 넋두리나 하고 있다, </p><p> </p><p>  500원만 더 있었으면 딱 좋을 양의 작은 펫을 살 수 있었지만 워낙 빚 지는 일을 싫어 해서 </p><p>  자주 가는 곳임에도 외상으로 500원만 해달라 하기도 싫었다, </p><p> </p><p>  대구 언니는 일요일에 친오빠와 올라온다고 한다, </p><p>  내가 짐은 택배로 보내고 내려간다 했더니 어머니께서도 누구와 일하고 어떤 사람들인지 봐야 안심하시고 보내실 수 있으니 일부러 올라오는 것이라 했다, </p><p> </p><p>  내가 성격이 좋기를 하나, 이쁘기를 하나, 능력이 좋기를 하나, 몸매가 좋기를 하나, </p><p>  만날 사람들이 이제는 돌직구라 하는데 내 성격이 워낙 직선적이라 싫은 건 싫고, 좋은 건 좋다 하는데, </p><p>  이 언니들은 정말 사람 볼 줄 모르는 듯하다, </p><p> </p><p>  내일까지 보도자료 써서 보내야 하는데, </p><p>  아우, 보도자료 쓰기 위해 자료도 모으기는 했는데, </p><p>  보도자료 정말 쓰기 싫은데, </p><p> </p><p>  하필 이런 일이 생기니 더 하기 싫다, </p><p> </p><p>  유종의 미는 거둬야 하니 싫어도 해야지, </p><p>  그것이 의무이자 의무를 다해야 권리도 생김을 생각해야 한다, </p><p> </p><p>  우는 언니를 달래며 말했다, </p><p>  내려가서 정 아니다 싶으면 일주일만에 다시 올라올 수도 있다고, </p><p>  잠깐 헤어지는 일일 수도 있으니 장례식 치르는 것처럼 울지 말고 기쁘게 보내 달라고, </p><p> </p><p>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주면서 달래는 듯해 사실 마음이 안 좋았다, </p><p>  언니, 지금은 잘 자려나, </p><p> </p><p>  에잇, 다 때려치우고 다시 전에 하던 일이나 다시 할까, </p><p>  매니저를 해달라 하는 것이지만 난 정장을 무척이나 싫어 하고 편한 게 좋다, </p><p>  전에 회사를 다닐 때는 개구리바지와 카키색 웃도리가 사원복일 정도로, </p><p>  신발도 물론 운동화였다, </p><p> </p><p>  굽이 4센치인데도 불편한데 그걸 계속 신어야 하다니 괴롭다, </p><p> </p><p>  다시 전에 하던 일을 하려 해도 우선 약속은 지켜야 한다, </p><p>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 깨지라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 </p><p> </p><p>  내 말과 내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질 때 비로소 내가 할 말이 있게 되니까, </p><p>  의무는 등한시한 채 권리만을 주장하는 인간들을 얼마나 혐오하는가, </p><p>  동급의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실천해야 한다, </p><p> </p><p>  잠시 마음 아프더라도 지킬 것은 지키자, </p><p>  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행해야지 </p><p>  생각하지 않고 행하면 그 행함이 생각이 된다, </p><p>  도태된다는 말이다, </p><p> </p><p>  기억하자, </p><p>  잠시 쉬어갈 수는 있어도 도태되지 않도록 노력하자, </p><p> </p><p> </p><p>  여튼 언니 덕분에 잡생각이 많은 밤이다, </p><p>  더불어 사람도 없어 잡소리 늘어놓기도 좋은 밤, </p><p>  혹은 밤과 새벽의 경계다, </p><p> </p><p> </p><p> </p><p> </p><p> </p><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