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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수없다,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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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10464
    작성자 : 알수없다,
    추천 : 3
    조회수 : 281
    IP : 59.15.***.210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3/12/21 11:13:24
    http://todayhumor.com/?readers_10464 모바일
    유년과의 대화
     
     
     
     
     
     
     
      1. 혼자놀기
      어릴 적, 나는 아무도 오지 않는 곳을 찾았다. 장롱 속이다. 그 속에 들어가면 대낮에도 깜깜했고, 외출에서 돌아와도 그 곳에 옷을 넣을 일 없는 외출이었기에 나는 그 속에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놀았다. 엄마의 외투, 아빠의 코트에 얼굴을 부비기도 하다 혼자 이런저런 상상에 빠지다, 그것도 심심하면 나는 나를 불러내 나와 놀았다. 나는 언제나 내가 원하는 답을 알고 있었기에, 또한 알고 있었기에 내가 생각하는 답의 반대를 물어보기도 했었다. 그렇게 나는 나와 놀았다. 
      소꿉놀이를 할 때도 나는 혼자 노는 것이 훨씬 좋았다. 아이들의 보챔도 사실 짜증 났고, 서로 자기가 어떤 역할을 하겠다고 싸우는 시간마다 나는 옆에서 빨간 벽돌을 부수며 고춧가루를 만들고, 지나가는 발소리에 아빠 오신다며 엄마 노릇과, 아빠노릇을 동시에 하기도 했었다. 혼자 노는 일은 싸울 필요가 없었다. 혼자 다 하면 되고, 시나리오 중 모자른 것은 다른 것으로 대체하여 내가 복화술을 하듯 역할 이입을 했으면 됐으니까.  
     
     
      2. 성
      다섯 살. 그 때 나는 조금은 조숙하기도 했었던 듯하다. 영화에서 키스하는 장면이 나왔을 때, 엄마의 친구분도 계셨는데 그 장면에서 머쓱해진 나는 그 아줌마와 눈이 마주쳤고, 쑥쓰럽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아줌마는 쪼깐한 게 저런 걸 다 아냐며 나와 엄마를 번갈아 쳐다보았고, 엄마의 시선을 견딜 수 없었던 나는 밖으로 나가고 싶었지만 그러면 더 이상해 질 것만 같아 그냥 바보처럼 웃었다.  
      그 해, 집 앞에서 애들과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을 때 시장 가는 길을 물어보던 아저씨가 있었다. 바로 길만 건너가면 되는 곳인데도 아저씨는 모르겠다며 길 좀 가르쳐 달라고 했었기에 순진하면서도 오만했던 나는 그 아저씨를 속으로 바보처럼 나도 아는 길을 모른다며 시장 가는 길을 앞장서서 걸었었다.  
      시장 입구에는 공중화장실이 있었는데 그 때 그 아저씨는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하며 그 앞에서 멈춰섰다. 알았다며 밖에서 기다리겠다고 하는 나를 그 아저씨가 화장실로 끌어들였다. 내 눈 앞을 스친 성기. 나는 무언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여 문고리를 열며 바로 요 앞이라며 집으로 냅다 뛰었다. 그 날 이후 어쩌면 나는 성이란 것에 대해 불신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3. 책
      친구들과 노는 시간 보다 책을 읽는 시간이 더 좋았고, 또한 뿌듯하기도 했었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어쩌다 네 살 때 부터 글을 읽었던 나는 항상 어깨에 열 권의 동화책이 들어있는 가방을 외출할 때면 언제나 걸고 다녔었다. 멋으로 달고 다니는 줄 알던 어른들은 항상 내게 책을 읽어보라 했었고, 소리내어 글들을 읽을 때면 언제나 맛있는 것들이 내게 넘어오기도 했었다. 책은 나에게 여러가지 세상을 보여줬고, 그 때 마다 나는 밤잠을 설치며 불을 끄고 누워도 한참이나 어둠 속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크레파스나 도화지가 귀했던 시절이었기에 나는 언제나 마당에 물을 붓고 진흙을 만들어 진흙놀이를 즐기곤 했었다. 물론 옷을 더럽혀 엄마에게 많이 혼나기도 했었지만, 진흙놀이는 참으로 재미있었다. 물을 얼마나 붓느냐에 따라 탄력의 정도가 달라지던 그 진흙.  
     
     
      4. 글
      언니가 빈 공책에 글을 써 내려가는 모습이 부러워 옆에서 글씨쓰기를 따라 했었던 다섯 살. 연필 꼭지가 추는 춤을 따라 추면 글이 써지는 줄 알고 옆에서 연필의 춤을 따라 췄었지만, 온통 낙서만 가득해서 울었던 어린 나. 그 날 이후 언니가 글씨 쓰는 법을 가르쳐줬고, 아빠가 천자문부터 시작해서 글을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그 날 이후 부터 나는 그렇게 무엇인가를 쓴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해서 한 자 한 자 배워나갔고, 여섯 살 무렵에는 아주 짧게나마 무엇인가를 끄적거릴 수 있었었다. 유치원에서 배우는 글자들은 재미가 없었기에, 아이들이 글자를 배우는 시간 동안 혼자 다 쓰고 아는 낱말들을 불러내 공책에 쓰던가, 이런저런 상상으로 빠져들기 일쑤였다.  
      초등학교 때, 내가 유난히 잘 틀리는 글자가 있었는데, 바로 '푸'자였다. ㅍ 아래 ㅣ만 써놓는, 이상한 글자. 받아쓰기 시험에서 언제나 백점을 받았던 나는 '푸른 하늘'  때 하나를 틀려 울었던 기억이 있다. 굉장히 창피했었다. 집에도 가지 않고 나머지 공부하는 아이들이 두어명 있는 교실에서 공책 한 페이지가 빼곡하도록 푸른 하늘, 푸른 산, 푸른 물, 푸른 나무 등 등, '푸'자가 들어가는 글자를 적었을 때에야 집으로 갔었다.  
     
     
     
      5. 건망증
      나는 무엇이나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리기를 잘 했었고, 사실 지금도 그렇다. 오죽하면 작년에 선물 받은 장갑 두 켤레를 모두 잃어버렸을 때 엄마께서 "네 물건들은 다 하루살이들이야."라고 하셨을까.  한 가지 생각을 하면 다른 것들은 깡그리 잊어버리는 못난 머리. 하나를 생각하다, 다시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물고, 그러다 보면 순서대로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달랑 가방만 메고 집에 와서 엄마에게 그 날 배운 것들을 자랑하려고 책과 공책을 꺼내려 할 때. 그 때서야 공책도, 책도 안 가져온 것을 알아 다시 학교로 갔었던 일이 있었다. 그래도 뭐가 좋은지 헤벌레 웃으면서 가방을 휘휘 휘두르며 학교로 갔다가 집으로 오는 길, 엄마가 걱정하신다는 것도 잊고 솜사탕 만드는 것이 신기해 그 주변을 한참이나 서성이다 멀리 엄마가 오는 것을 보고야 집에 갈 생각을 했었던 나. 하여튼 이 못된 고질병은 지금도 고쳐지질 않는다. 하기에 지금 나를 잘 알고, 친한 사람들은 나와 만나서 헤어질 때 마다 앉았던 자리를 둘러보는 버릇을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다. 내가 항상 이것저것 놓고 다니기 때문이다. 핸드폰이든, 지갑이든, 라이타든, 담배든, 펜이든 뭐 하나는 꼭 챙기지를 못하는 것이다. 이 고질병은 아마도 고쳐지기 힘들 듯 하다. 하긴, 어렸을 때 부터 잘 따라오다 한참 뒤에 내가 없어져서 다시 길을 되돌아 오면 제 눈에 보기에 신기한 것들을 쳐다 보고 서 있었다곤 했었으니.  
     5살 때는 세발자전거를 끌고 나가 해가 지도록 돌아오지 않아 집이 발칵 뒤집혀졌는데, 아는 사람의 얘기로는 내가 버스 터미널 쪽으로 가는 것을 봤다고 했단다. 와서 보니 피곤해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세발자전거를 탄 채로 졸고 있더란다. 이것은 기억에 없다. 안 좋은 것들은 다 기억 못한다.  
     
     
     
      6. 영웅
      언니가 7살, 내가 5살, 동생이 2살 때. 우리 가족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물놀이를 갔었다. 둑처럼 막아놓았던 그 유원지는 큰물 뒤라 물이 꽤나 깊었었다. 언니와 나는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었고, 엄마는 포도를 씻고 있었고, 아빠는 런닝셔츠에 양복바지를 입은 채 낚시를 하고 있었다. 첫 돌이 겨우 지난 동생이 아장아장 걷다, 수면과 땅의 차이가 없던 그 경계를 걷다 풍덩 빠져버렸다. 동생이 엎어진 채 빠른 물살에 떠내려 가고, 엄마가 씻던 포도도 떠내려 가고, 언니와 나는 소리 지르며 울고.  
      그 때 아빠가 양복바지를 입은 차림 그대로 물에 뛰어들어 동생을 구했었다. 큰물도 아빠보다는 작았고, 아빠가 동생을 발견하자 마자 물에 뛰어들어 동생을 건져 올릴 때. 그 때 나는 아빠가, 무서웠던 아빠가 처음으로 멋져 보였다고 언니와 그 때 얘기를 했고, 언니 역시 아빠가 멋있었다고, 아빠의 영정 앞에서 지난 일요일에 두런두런 말을 주고받았다.  
      가끔 나이 많은 아빠 덕분에 내가 전화를 받으면 할아버지 계시냐?며 묻는 저편의 상대가 미워 우리집에 할아버지 없어요! 하면서 전화를 끊곤 했었지만, 그 때의 아빠는 할아버지도 아니고, 청년도 아니고 영웅이었다. 내 기억속의 유일한, 아빠가 영웅으로 보였던.  
     
     
     
      7. 땡땡이
      내 생래 최초의 땡땡이는 유치원 때였다. 다음 날이 자모회의의 날인데, 엄마는 아빠에게 맞고 집을 나갔었고, 엄마 얼굴을 보지도 못한 채 나는 유치원을 갈 수 밖에 없었다.  
      유치원으로 가는 길에는 내가 좋아하던 언덕이 있는 성모병원이란 곳이 있었다. 엄마가 오지 않는 자모회의. 그것을 나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었나 보다. 여기저기 멍이 들었을 엄마가 자모회의에는 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나는 땡땡이를 치기로 작정하고 그 병원으로 갔다. 
      언덕에 앉아 멍하니 맞은 편에서 사람들이 오고가는 것을 보고, 진찰을 받기 위해 오고가는 사람들, 엄마 손을 잡고 행복에 겨운 아이의 얼굴, 부부가 나란히 손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언덕에서 뒹굴기 시작했다.  
      언덕 꼭대기에서 누운채로 몸을 굴리면 알아서 잘도 굴렀고, 빈혈로 어지러웠고, 행복하지 못한 엄마 아빠와 행복한 가정의 다른 모습으로 인해 어지러운 머리도 굴릴 때, 머릿속은 어지러움 외엔 아무 생각도 없이 차라리 편했던 그 날. 너무 굴러서 토할 것 같을 때까지 구르고 또 구르던 그 날. 점심시간도 지나자 배가 너무 고팠다. 병원 현관으로 가서 시계를 보니 세시 반. 조금 있으면 간식시간이었다.  
      애들이 무슨 생각이 있겠는가.  간식이라도 먹을 수 있을까 해서 유치원으로 갔다. 내가 다녔던 유치원은 천주교 부설 유치원이라 언덕에 위치해 있었고, 언덕에서 두 갈래로 갈라지면서 유치원이나 성당으로 갈 수 있었다. 유치원과 성당이 갈라지던 언덕 막바지. 그 때는 초여름이어서 문을 열어놓고 있었는데, 자모회의를 하고 있었고 그 속에 엄마가 보였다. 결국 나는 간식도 못얻어 먹고, 엄마가 나올 때 까지 기다려 빵을 들고 현장검증을 갔었다.  
      하루 종일 어디서 뭘 했냐고, 엄마가 물었고, 나는 병원에서 원장님이랑 놀았다고 거짓말을 했었다. 덕분에 엄마가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원장님께 갔었는데 사람 좋던 그 원장님의 거짓말 합세로 난 살 수 있었다. 아마도 그 날 엄마는 울었을 것이다.  
     
     
     
      8. 빨래
      나는 어렸을 때부터 웬만한 집안 일들은 할 수 있었다. 양말 꼬메기, 설겆이, 쌀씻기, 라면 끓이기 등등. 하지만 잘 했겠는가. 겨우 흉내만 내는 정도였지. 옆집 임신한 새댁언니와 엄마가 장을 보러 간 사이, 6살의 나와 새댁언니의 남편인 소방관 아저씨랑 둘이 빨래를 누가누가 잘 하고 빨리 하나 내기를 했었다. 
       그 때 살던 곳이 여섯 집이 살던 집이었기 때문에 우리 집 앞에 빨래 다라이를 놓고 서로 신나게 빨래를 했었다. 평소에 본 것이 있어 빨래통 속으로 빨래판을 넣어놓고 비누로 쓱쓱 비누칠 하고 열심히 비벼대다 손에물집 까지 생겼었지만 재미있었다. 그 아저씨는 힘든 부인을 위해, 나는 항상 고생하는 엄마를 위해, 둘이 내기를 하며 즐겁게, 또 신나게 빨래를 했었다. 결과는? 둘 다 혼났다. 나는 엄마에게, 그 아저씨는 부인에게. 때가 잘 지지 않았거나, 때가 지지 않은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뒤에 태어난 아가는 참으로 예뻐서 자주 옆 집에 들어가서 놀기도 했었고, 새댁언니와 되도 않는 대화를 나누며 아가를 신기하게 바라보기도 했었다. 그러다 새댁언니가 바깥에 볼 일이 있어 나갈 때면 몰래 비오비타 한 숟가락과 분유 한 숟가락을 퍼 먹곤 했었다. 물론 들킬 때도 있었지만 마음씨 착했던 새댁언니는 내 몫을 따로 퍼주기도 했었다. 분유를 입에 넣고 파! 하면 가루가 날리고 입주변이 허옇게 되는 것이 재밌어 가끔 한 번씩 하기도 했었다. 
     
     
     
      9. 영악한 계집아이? 
      유치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다녀왔습니다"라 인사하며 문을 열었다. 당시 문은 미닫이 문으로 문 상단에는 두 층의 유리창이 달린, 지금 생각하면 조금 희안한 구조의 문이었다.  
      문을 옆으로 밀 때, 순간 느낌이 왔다. 너무나 가볍게 밀리는 문. 곧이어 문은 내 맞은편으로 넘어지고, 유리창은 부서지고, 내 마음까지 산산히 부서진 듯했다. 항상 덜렁댄다고 혼나던 나였기에 엄메에게 또 혼날 것이 두려웠다. 그저 문을 열려고 했을 뿐인데, 내 잘못이 아닌데 억울하면서도 혼날 게 두려워 곧장 집을 나섰다.  
      뭐가 그리도 서러운지 유치원으로 가는 길이 아닌 초등학교로 가는 길을 택해 그곳으로 걸어가며 엉엉 울었다. 다른 길들은 대부분 작은 길이어서 무섭기도 하고 항상 어른들이 큰길로 다니라 해서 그러기도 했다.  
      나 역시 애들인지라 "엄마"를 부르며 엉엉 울다 한 10분쯤 지났을 때였나. 문득 생각을 해보니 엄마께 혼날 일이 무서워 집을 나왔는데 엄마를 부르며 우는 게 무언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든 이후 나는 엄마 대신 아빠를 부르며 다시 울기 시작했다. 가끔 엄마라는 단어가 튀어나오면 다시 정정해서 혼잣말로 "아빠를 불러야 해, 아빠"라고 말하곤 다시 울고 그랬다.  
      저녁 늦게 갈 곳도 없고 너무 울어 배고프고 힘들어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갔을 때, 대문에서부터 나를 기다리던 엄마가 뛰어나오셨다. 순간 무척이나 혼날 줄 알았는데 엄마는 나를 꼬옥 안아주시며 어디 다친 데 없냐고, 엄마가 미안하다고, 문이 떨여졌는데 시장 잠깐 다녀오려고 그냥 기대놓기만 하고 다녀오셨는데 그 사이 내가 왔었는가보다며 내 몸을 두루두루 살피시고 토닥여주셨다.  
      그게 왜 그리도 서럽고 서러운 만큼 안심이 되던지 낮보다 더 크게 울었다. 물론 저녁에는 내가 좋아하는 김치볶음과 감자조림이 상 위에 올라왔다. 그날 나는 반성했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 생기면 울기보다 왜 그런지에 대해 생각해 본 뒤 울든가 뭘 하든가 하기로.
     
     
       
     
     
      
     
     
     
     
     
     
    언제나 지난 것들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웠던 것이라도 아련해지고 따스해지기 마련이다. 자기 것이었으나 이미 저 만치 가 버린, 다시 갈 수 없기에 흑백사진처럼 아득해지기 때문인가 보다. 아무리 아름다웠어도, 아무리 힘들었어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때. 나는 지금도 장롱 속에 들어가고 싶다. 그 컴컴하고 좁은 장롱속의 나프탈렌 냄새와 나를 찾을까 못찾을까 두근거리며 혼자 이런저런 상상과 생각들을 키우다, 깜빡 장롱 안에서 졸기도 하던 어린 날. 그 때 만큼 작아졌으면 좋겠다.
     
     
     
     
     
     
     
      05. 05. 11.
     
     
     
     
    알수없다,의 꼬릿말입니다
    사+람 = 삶

    삶은 그저 사람이 생을 산다는 일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과연 사람일까. 길 위에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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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4/08/29 05:24:24  182.213.***.81  뽐뽀꼬링  73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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