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 가톨릭대에서, 안녕들 하십니까 관련 대자보를 총학이 철거했다고 하죠?
원칙적으로 게시판에 게시물 붙이려면 학생회실에서 도장을 받아야 합니다.
그게 없으면 광고물 및 스팸성 게시물이 범람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다 좋습니다. 그런데, 내가 총학 관련 담당자였다면 이렇게 하겠네요.
"여러분. 총학의 게시허가 도장을 받지 않은 게시물은 철거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게시물을 올려주신 분들은 위치를 우리에게 알려 주십시오.
그러면 저희가 내용을 파악해서 허가도장을 대자보에 찍어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규정도 지키고 발언의 자유도 보호하고, 모두 이상이 없습니다.
서로가 나쁠것이 없는 원만한 방법이라는 얘기죠.
총학은, 그 원만한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피하고
일방적 철거라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총학 스스로가 그렇게 움직였습니다. 이 때문에 지금 총학의 행동이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규정을 지킨다기보다는 규정을 악용해서
나쁜 꾀를 부렸다는 의심을 사기 충분한 행동이죠.
이 내용으로 이미 다른분이 글을 써 주어 베오베에도 올라갔으며
거기에도 이미 많은 의견들이 올라왔는데, 사실 가톨릭대 총학이 민주적 의견개진을
압살하기 위해 대자보를 훼손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정치적 목적으로 대자보철거했다는 증거 있냐? 있어?" 라며
느긋해 하겠지요. (분위기를 봐서, 도장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우르르 온다면
태도가 달라질겁니다. "아, 그게 모든일에는 절차가 있는거라서..." 하며 찍어주겠죠)
그러나 총학이 이 일로 학생들의 "신뢰"를 잃었음은 부정하기 어려울 겁니다.
총학이 악의를 갖고 벌인 것이든, 정말로 악의가 없었으나 단지 생각이 모자라서
이런 일을 벌인 것이든, 믿음에 상처가 난 것은 돌이키기 어렵겠죠.
이런 것이 바로 상식에 대한 훈련이 있고 없고의 차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