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죠. 오유와 일베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이유는, "상대의 토론에 임하는 마인드에 대하여 기본적인 믿음이 안 가기 때문"입니다.

토론이 성사되고 그것이 제대로 진행되어 제대로 된 결과를 내려면, 일단 양자가 토론의 기본자세, 사실인식, 논리, 수긍의 원칙 및 범위, 통념상의 질서 등등에 익숙해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이게 제일 먼저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입니다.

쉽게 말해서, 말꼬리잡기, 인신공격, 논지흐리기, 핵심 비켜가기 등등과 같은 입씨름을 토론인줄 알고 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이런 사람과 토론을 같이 하면, 그게 시간과 노력의 낭비만 가져올 뿐 전혀 도움이 안됩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토론에도 rule이 있습니다. 적어도 "알맹이 있는 토론을 하기 위해 쌍방이 당연히 (시시콜콜 나열하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당연히) 지켜야 할 행동"들이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지켜지지 않을 때, "얘기는 한참 했는데, 그래서 결론이 뭔지 도무지 시원하게 나오지 않더라"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러면 다음 차례로, 아래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합니다.

"일베가 과연 토론의 기본자세가 올바르게 갖추어진 곳인가? 일베의 기본성향, 논리의 구조, 사실에 대한 인식 등등을 볼 때 일베는 과연 앞서 얘기한 토론의 기본조건을 충실히 만족하며 기본적 상식과 지성을 갖춘 집단이라고 생각할수 있는가? 인신공격과 부당한 모욕, 유리한 내용만의 편파적 취사선택, 궤변, 악의적 논리, 악의적 편견같은 비이성적 행위를 보이지 않는, 올바른 토론의 기본양식을 갖추었다고 판단할 수 있는가?"

위 질문에 OK를 내릴 수 있다면, 오유-일베 토론 못할게 없습니다. 얼마든지 가능해요. 가능한 정도가 아닙니다. 그런 기본적인 토론의 양식을 갖춘 보수집단이 있다면, 그런 집단과의 진지하고 알찬 토론은 도리어 장려할 만한 일입니다. 아주 유익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과 토론을 제대로 한다면, 배우는 것도 많을겁니다. 그런 토론을 할 수 있다면 서로간의 모자란 점 및 잘못생각하는 점을 고쳐나갈 수도 있고, "오유의 잘못된 점, 오유의 지나친 점을 일베를 통해 배웠다"는 일도 가능합니다. (오유 역시도 절대 무오류의 존재가 아닌데, 잘못이나 오해 및 지적당할 점이 어찌 없겠습니까) 서로 오해를 풀 수도 있고, 갈등의 해결책에 대한 실마리도 찾을 수 있습니다. 테제와 안티테제가 만나 진테제를 만드는 긍정적인 상황이 펼쳐지는 겁니다. 실제로 "제발, 뭔가 배울수 있는 보수와 토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위 질문에 OK를 내릴 수 없다면, 그런 토론은 안 하는게 맞습니다. 그건 토론을 하는게 아니라 의견교환을 망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죠.

축구시합이 있어 두 팀이 서로 맞붙을 때, 두 축구팀은 다른건 몰라도 "상대방이 축구 룰은 따르고 인정할 것"은 기본으로 전제합니다. 그걸 전제하지 않으면 축구 시합을 해봤자 의미가 없으며, 애초에 "축구 시합"이라는게 성립조차 안돼요.

만약 한쪽 팀이 축구의 축자도 모르고 규칙도 관심밖인 팀이라면, 그런 막장팀과는 시합을 해봤자 정상적인 시합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정상적 축구시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막장팀과의 시합에 응하지 않는게 정상입니다.

하나 더 얘기하자면, 시합이 이루어질수 없게끔 하여 시합을 성립시키지 못하게 만든 막장팀은, 그 시합무산 상황에서 그걸 가지고 다음과 같은 논리를 만듭니다.

(1) 상대팀이 우리와의 시합을 거부했다

→ (2) 상대는 우리가 무서워서 피한거다

→ (3) 그러니까 우리는 "축구 시합"에서 상대를 이긴거나 마찬가지다

→ (4) 그러니까 우리의 승리다

그들은 위와 같은 논리를 만들어서 자축합니다.

왜?

그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그게 맞는 논리거든요. 

바둑을 둘 때 바둑판을 엎으면 상대방이 바둑을 둘 수가 없는 법이고, 사람에 따라서는 그런 도중에 엎어버리는 바둑이라면 안 두려고도 하고 바둑판을 엎는것을 정상적인 승부로 생각하지 않기도 하는데, 이런 이유로 바둑을 거부당했을 때 그게 "떳떳한 승리"가 될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해한다 한들 인정을 안하지요) 

일베와의 토론이, 위에서 얘기한 막장팀 축구경기나 판 엎어버리는 바둑의 예에서 대체 차이가 얼마나 있겠습니까.

페미니스트 집단으로 빗대어 설명하자면, 일베는 과거의 "월장"에 가까운 존재라고 봐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