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인사가 강연자로 나서는 행사의 교내개최를 반대하는 덕성여대 학생들입니다.

얼굴은 전부 가리는군요.

이 사진을 올리면서, 과거 마스크 쓰는 시위자를 처벌하겠다고 했던 주장의

근거가 생각났습니다.

"네가 떳떳하다면 왜 얼굴을 감추는가,

 떳떳하지 못하니까 마스크를 쓰는거 아닌가.

 마스크 처벌법은 비겁한 자들을 처벌하는 법" 이라는 논리였지요. 

그들이 요번의 덕성여대 학생들 앞에서 무슨 얘기를 할지 궁금합니다.

저는 사실 이 덕성여대 학생들을 보면서, 이들이 비겁자라거나

이들이 멘탈쓰레기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 이들로서도 아마 사정이

있었겠지요. 자신은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어서 피켓을 들었는데

일베1충쯤 되는 부류로 매도당할 것이 걱정되었을 수도 있겠고,

이거 반대한다고 했다가 이름모를 누구에게 얼굴이 보이면

불편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얼굴을 내놓고 주장하기에는 부담스럽거나 적절치 않은 의사표현을 

하기 위한 방책으로 마스크를 선택했을 뿐, 이 덕성여대 학생들을 

나쁜것들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저는 이 덕성여대 학생들을 나무라고 싶지는 않고,

마스크시위 처벌법을 궁리했던 사람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거 보이냐? 어때? 세상 이치가 좀 보이냐? 라고 말이죠.

몇년 전 다른 많은 분들도 얘기해주신 적이 있었거니와, 

이 나라가 자신의 주장을 자유롭게 펼쳐도 불이익을 받지 않고, 

소수자들이나 의견개진자가 편견에 시달리지 않는 사회라면 

아마도 마스크는 별달리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사회라면

마스크시위 처벌법을 만들어가며 애쓰지 않아도 

자연히 알아서 마스크가 사라질 지도 모르죠.

하지만 현재 한국사회가 어떻습니까? 내부고발자들이 배신자로 낙인찍혀

어려운 삶을 살고, 수많은 소수자들이 소외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야 하고,

이런저런 편견과 폭력이 난무하며, 더구나 공권력이 공정하고 올바르게

행사되고 있는게 과연 맞는지 그것도 신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라는,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 댓가로 

만천하에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야 한다면, 

그건 의견개진에 있어서 떳떳한 태도를 요구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힘으로 막아보겠다는 시도일 뿐이며,

그게 정상은 아니겠지요.

표창원 전 교수는 방송에서 일베와 토론을 시도할 때

"본인 신원을 밝히지 않고 모자이크 처리까지 할수 있다"고 약속했습니다.

(방청객중에 내가 일베회원이오 하고 나서는 이는 한명도 없었지만)

그게 괜히 그런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