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도 기아 타이거즈가 우승을 하면서 새로운 기록을 하나 작성했는데,
바로 '팀타율 꼴찌'가 사상 최초로 우승을 한 것이었습니다.

타율이라는 것은 타자들의 정확성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지표인데, 타율이
높다고 해서 누적 스탯인 득점이나 타점이 반드시 높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작년 기아타이거즈가 팀타율 8위였지만, 팀 득점과 타점에서 3위를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팀타율에는 어느 정도 허상이 있습니다.
실제로 2할 6푼과 2할 8푼의 경우 2푼이라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실제로
1경기만 놓고 보면 안타가 1개 차이도 나지 않습니다.

안타 3개가 몰아서 나오면 1득점이 가능하지만, 9개가 산발적으로 나오면 득
점이 쉽지 않는 야구의 특성을 보면 단순히 타율이 낮다고 해서 득점력이 반
드시 떨어진다라는 명제는 틀렸다고 볼 수 있죠.

그러나 이런 의견에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타율이 높으면 팀 득점과 타점이 좋을 확률이 높다는 점입니다.

타율이라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지표이면서, 확률적으로 보더라도 타율이 높은
팀이 득점권에서도 좀 더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는 타자들이 많다는 뜻이겠죠.

...

그렇다면 기아타자들은 왜 작년보다 못한 타격을 할까요?.

작년의 경우도 이용규, 김원섭, 장성호 등의 주축들이 부상을 당하면서 쉽지는
않았지만 결국에는 '최희섭-김상현'의 확실한 4-5번 타자들이 건재했기 때문에
낮은 타율에도 불구하고 득점력과 타점력이 높았습니다.

거기에 주로 6번 정도에 배치하던 나지완이 쏠쏠한 활약을 해줬기 때문에 테이블
세터진의 장기 공백에도 뛰어난 클러치 능력으로 좋은 득점력을 보였죠.

많지 않은 찬스를 확실히 살리는 경제적 야구를 했던 것이죠.

그런데 이런 '경제적 야구'라는 것이 반대로 말하면 위에 언급한대로 많지 않은
찬스라는 가장 기본적인 결함이 있는 상태에서 출발합니다.

더구나 올해의 경우 김상현의 부상 이탈과 나지완의 부진으로 작년보다 오히려
중심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지니, 득점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현재 기아 타선에서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가 최희섭을 제외하
고는 없다고 해도 무방합니다.(현재로선...)

이게 작년과 정말 다른 점이죠.

...

중심타선이 붕괴가 되었다면, 해결책은 단 하나입니다.

중심타선이 해주던 역할을 나머지 타선에서 나눠서 해줘야 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결국 팀타율과 관련이 됩니다.

즉, 1-9번이 어느정도 적당히 쳐줘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원래 기아타자들의 경우 타율, 즉 컨택면에서는 좋은 타자들이 없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자면,

1.2000년대 들어서 뛰어난 야수를 선발하지 못한 점(안치홍이 그나마 대성)
2.2군 시스템의 문제

로 들 수 있겠죠.

기본적으로 타격면에서 뛰어난 타자가 없습니다.

리그에서 평균이상으로 내놓을 타자는 이용규, 최희섭, 김상현 정도 뿐이죠. 그런
데 김상현은 이미 부상 이탈 했으니..;;(올해 안치홍의 성장이 눈에 띄기는 하나)

더구나 올해같은 경우 반드시 어느정도 타격을 해줘야 할 김원섭마저 부진하면서 
쉬어가는 타선이 늘어나버렸죠.

3번감과 5번감이 없는 이유가 크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평균적으로 못 치는 타
자들이 많습니다.

...

그런데 이런 것을 못 치는 타자들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못 치는 타자들이 있으면 그것을 수정하고 가르치는 것은 코치진의 몫입니다.

여기서 코치진의 무능이 드러납니다.

현재 기아의 타격 코치는 이건열 코치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작년까지 선
수생활을 했던 최경환이 타격 코치였죠.(코치 연수도 안 받고 타격 코치를 시킨 것
을 보면 무슨 배짱인지 모름..-_-)

그런데 이 두 코치의 경우는 이름만 타격 코치지, 작년의 타격코치를 담당했던 황
병일 수석코치가 타격까지 담당하고 있다고 봐야합니다.

올해 시즌 전만 하더라도 '20홈런 타자 5명을 배출하겠다'라고 호언 장담을 했는데,
현실은 시 투더 망이죠.

그 이유를 되짚어 보면,
작년에 큰 이슈가 된 것이 '노림수'였습니다.

게스 히팅이라고 하죠.

- 너희들은 못 치는 타자들이기 때문에 한 가지 구질만 노리고 쳐라

라고 가르친 것이 노리수 타격입니다.

노림수 타격은 극과 극입니다.
만약에 노리는 공이 들어오면 힘껏 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그대로 멍하니 서서
당해야 합니다.

작년에는 이게 정말 잘 통했습니다.
그런데 왜 올해는 잘 안 통할까요?.

무엇보다 기아타이거즈가 우승하면서 나머지 7개 구단이 미친듯이 분석을 한 것도 있
겠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코치진의 무능이라고 봐야합니다.

노림수 타격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3가지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1.상대 투수의 투구 패턴
2.상대 투수의 당일 컨디션
3.상대 포수의 볼배합

첫 번째의 경우는 누적된 정보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2-3번의 경우는 누적된
자료와 상관이 없습니다. 그날 실시간 확인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을 코치진들이 캐취를 해야 하지만, 
올해의 경우 캐취를 할 만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덕아웃에 전자장비 반입이 금지되면서 홈플레이트 바로 뒤에서 투수의 구질과 스피
드 정확한 포구위치등을 담은 실시간 자료가 덕아웃에 전송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삼성의 선동열 감독도, 

- 올해 전자장비 도입이 금지되면서 예전보다 투수의 상태를 파악하기 힘들어졌다.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포수 뒤쪽에서 봐야 한다 

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즉, 야구판에 수십년 있는 사람도 전자장비를 사용하다가 자신의 눈으로만 투수의 컨디션과 
포수의 볼배합을 직접 체크하기는 힘들다는 것이죠.

이게 안되면, 노림수고 나발이고 없게 됩니다.

실제로 기아타자들의 경우,
개막 후 지금까지 스탠딩 삼진이 너무나 많습니다.

가운데 들어오는 공을 그냥 쳐다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예상외의 볼이라는..) 
어이없는 볼에 방망이를 휘두릅니다.

원래 못 치는 타자들이, 노림수마저 안 되고 있다는 것이죠.

...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유가 있다면,
지명타자감과 대타감이 전무하다는 것이죠.

장성호 문제도 그렇고 
작년까찌 쏠쏠하게 활약을 해주던 이재주도 방출을 했습니다.

방출을 하든, 말든 그거야 구단과 코치진의 생각이지만, 최소한 대안은
있을 줄 알았습니다.

언젠가는 대타로 이현곤이 나오는데 뒷목 잡을 뻔 했죠.
이현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대타감이 그만큼 없고 대안마저 없다는 뜻입니다.

3번감과 5번감이 부상 등으로 없는 상태에서 대타로 기용될 수 있는 자원도 없다보니
상대 투수에게 압박을 줄 수 없는 것도 작년과 달라진 문제점이죠.

...

그런데 현재 조범현 감독이 재계약을 하고 1년차라,
이런 많은 문제점에도 크게 비판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내년에도 똑같은 모습을 보이면 그때는 미친듯이 깔 것 같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노림수에 의존하는 타격을 조금 버렸으면 합니다.

타자는 파울볼을 쳐내면서 타격 타이밍을 맞추고 그래하는데,
유난히 기아 타자들은 몇 번 휘두르지도 않으면서 삼진을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림수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정보를 캐취하지 못하면,
철저하게 컨택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 글에도 밝혔지만,
가을야구고 나발이고, 현재 외야쪽 뎁스도 얇은편이라 2군 선수들에게 꾸준히 기회
를 주는 것이 현재의 시 투더 망인 타격 문제가 내년과 내후년에는 좀 더 좋은 모습
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