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은감이 있지만 쿠바의 이번 WBC 4강 실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쿠바는
이번 대회전까지 40개 국제대회 연속으로 결승에 올랐던 강팀이죠. 지난 올림픽에서는
한국에게 2연패, 이번 대회에서는 일본에게 2연패를 당하였는데..이 결과를 놓고 언론
등에서는 쿠바의 실력이 아마추어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하는데..부분적으로는 동의 할
수 있겠지만..역시 실력은 대단한 팀이 쿠바입니다.

피델 카스트로는 쿠바가 4강 입성에 실패를 하자 WBC 조직위에 세계적으로 공인 받은
한국, 일본과 같은 조로 쿠바를 넣은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옛
명성에 맞지 않는 쿠바의 행동이겠지만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고 보여집니다.

쿠바야구 선수들의 실력은 메이저에서 뛰는 선수들 못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본에게 내
리 2연패를 당하자 '역시 프로에게는 안되는구나'라는 말이 나왔지만 사실 이건 어불성
설입니다. 메이저가 10명 넘게 포진되어 있는 멕시코를 대파한 것도 쿠바니깐요. 또한
지난 올림픽에서는 전부 프로선수인 일본에게 승리했는데..당시 일본 선발 투수는 일본
이 자랑하는 다르비슈였습니다. 즉, 야구 실력 자체는 아마추어가 아니라는 것이죠.

그런데 왜 이번대회에서 일본에게 2연패를 당하고 4강에 실패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선수들은 분명 실력이 좋으나 감독과 코치들이 아마추어에서 벗어나지 못
한 것 같네요. WBC 규정도 제대로 이해를 못하여서 선발 투수들이 제 경기에 나올 수 없
던 경우도 있고..기본적으로 상대팀에 대한 정보수집 능력이 한국이나 일본에게 너무나
떨어집니다. 어떻게 보면 국내 야구 매니아들이 쿠바 감독이나 코치를 맡아도 일본에게
이 정도로 농락당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드네요-_-;;

일본의 마스작가와 이와쿠마의 변화구에 거의 꼼짝없이 당한 쿠바...무려 18이닝 동안
일본에게 단 1점도 빼앗지 못했습니다. 일차적으로는 워낙에 일본 투수들이 뛰어난 투
구를 한 것도 있었지만..이차적으로는 두번째 경기에서 전혀 학습된 모습이 보이지 않
아 제3국의 사람인 제가 봐도 답답하더군요.

아마 쿠바는 이번 대회의 충격으로 상대팀에 대한 정보수집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을
겁니다. 물론,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얼마나 정보수집에 치중할지는 알 수 없겠지만...
지금처럼 야구를 했다가는 한국이나 일본에게 이기기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선수들
이 실력이 있어도 그 선수들의 실력발휘를 하게 하는 건 감독과 코치진들이니........

이번 대회를 끝으로 향후 국제대회에서 쿠바야구를 볼 수 있는 날이 4년 뒤나 가능하겠
지만..아무래도 쿠바의 야구는 이대로 몰락하지는 않겠죠. 폐쇄적인 국가이긴 하지만..
라울 카스트로가 점차적으로 개방을 하고 있는 것 같으니..-_-;

...

조금 덧붙이면 미국이나 멕시코, 쿠바, 캐나다 등의 팀을 보면 알 수 있지만..그들의 팀은 
한국이나 일본 야구에 단기전에서는 매우 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 이유는 북중미쪽의 야
구는 일단 큰 스윙을 하고 아시아 야구는 상대 투수들을 끈질기게 상대하고..많은 변칙작전
도 구사합니다. 또한 대표급 투수진은 매우 강하구요. 

한국 프로야구를 보더라도 메이저나 트리플 A에서 뛴 경험이 있던 외국 투수들의 공통적인
의견이 '한국 타자를 상대하기가 매우 까다롭다'라고 합니다. 

더구나 한국이랑 일본은 내야 수비가 매우 안정된 모습이니깐요.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북중미쪽 국가의 팀이 아시아팀을 만나면 단기전에서는 상당히 고전을 하는 것
같네요. ESPN해설자도 고영민의 플레이에 3-4번이나 감탄을 했다고 하니..메이저에서 자주
볼 수 없는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죠.

이런걸 감안하면...미국이 1회대회때 한국이나 일본에게 된통 당한 경험이 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이번대회에서 자신은 쏙 빠지고 쿠바를 넣은 것은..아시아팀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것도 어느정도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