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발인은 좀 살풍경했다. <div><br></div> <div>사장님은 주고객인 내 친구 최실장봐서 서비스로 어깨좋은 형아들 몇명 보내주셨고,</div> <div>그 동네 공사판 현장소장으로 와있던 친구도 떡대좋은 직원들 몇명이랑 와주었다.</div> <div><br></div> <div>그 사장님은 우리 최실장 친구 건드리면 가만안두겠단 식으로 보낸거고,</div> <div>내 친구는 오늘 현장에 일 한가해서 심심해서;;;;</div> <div><br></div> <div>덕분에 그 친척들이 D와 사촌언니 주변에는 얼씬도 못했다.</div> <div><br></div> <div>지난 3일 엉엉 잘도 울던 D는 정작 할머니가 화장터에 들어가자 그때부터 눈물을 딱 그쳤다.</div> <div>1년 넘게 D의 다양한 표정들을 관찰해온 결과, 지금 뭔가 굳게 결심한 표정이었다.</div> <div>눈이 탱탱 부어있는거 빼면 딱 그 표정이었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수고비...</div> <div>아뇨. 사장님이 자리만 지키다 오랬습니다. 들어가보겠습니다. 그 최실장님께 말씀 좀 잘 전해주십쇼.</div> <div>네. 이 먼데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div> <div>수고비...</div> <div>나 너 오라고 한적 없다-_-</div> <div><br></div> <div>그렇게 그 어깨들과 식충과 이 식충을 소장님이라고 따르는 불쌍한 직원들을 보내고, </div> <div>D와 사촌언니를 태우고, 서울로 향했다.</div> <div><br></div> <div>D도 그 사촌언니도 다른 가족들에게 눈길조차 주지않았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뒷좌석에 탄 둘은 손만 꼭 잡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div> <div>휴게소만 보이면 통감자통감자...아...하고 서울로 바로 올라왔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나 잠깐 회사에 들어갔다 올테니까, 집에서 좀 쉬고 있어. 언니분도 출국 내일이랬죠? 둘이서 이야기도 좀 나누고 그러세요."</div> <div>회사는 개뿔...야!!! 너 없으니까 일 졸라 잘된다!!! 휴가증 올리지말고 사직서 올려라!!!하고 마음에도 없는(?)소리 하는 팀장님의 문자를 이미 받아놔서, 둘을 쉬라고 집으로 보내고, 사우나가서 씻고 수면실에서 잠 좀 자다가 밤 늦게야 들어갔다.</div> <div><br></div> <div>"어머나. 깜짝이야. 왜 불도 안켜고 이러고 있어."</div> <div>불 다 꺼져있길래, 자나?하고 있었는데, D는 거실에 무릎을 모으고 앉아있었다.</div> <div>"...다 운거야?"</div> <div>"고마워 오빠..."</div> <div>"별 말씀을. 언니는?"</div> <div>"인천에 친구만나고 내일 바로 갈거래. 아까 친구가 데리러 와서..."</div> <div>"아...."</div> <div>"거짓말쟁이."</div> <div>"뭐가?"</div> <div>"회사갔다온다더니, 샴푸비누냄새 다 나. 사우나에서 있다온거야?"</div> <div>"너 앞에서는 숨도 가라로 못 쉬겠다. 다 걸리네."</div> <div><br></div> <div>어디에 앉아야 하나...하다가 D랑 마주보고 앉았다.</div> <div>아직 붓기가 남은 눈으로 D는 나를 보고 살짝 미소짓는다.</div> <div><br></div> <div>"...빨리 말해."</div> <div>"뭐?"</div> <div>"나 얼굴에 뭐 묻었길래 그렇게 빤히 봐. 아 묻었구나. 못생김."</div> <div>D의 옅은 미소가 한단계 더 밝아졌다.</div> <div><br></div> <div>"나...진짜 오빠 안만났으면 어떡게 됐을까?"</div> <div>"잘생김이 덕지덕지 묻은 남자 만났겠지."</div> <div>발로 콩 내 도가지를 찬다. </div> <div>"우리 오빠가 뭐 어때서 그래."</div> <div>"내가 말했지. 이제 우리 엄마도 우리 아들 잘생긴 '편'이라고도 안한다고."</div> <div>"오빠."</div> <div>"왜."</div> <div>"나 안아줘. 춥다."</div> <div>"후훗. 그런 부탁이라면 얼마든지."</div> <div><br></div> <div>영차. 무거운 몸을 일으켜 D쪽으로 옮기고, 쪼끄만 D를 꼭 안는다.</div> <div>내 등 뒤로 깍지낀 D의 악력을 보건데, 기력이 좀 회복된 모양이다.</div> <div><br></div> <div>"...할머니 나 때문에 마음고생 많이 하시고...그냥 나 안데리고 사셨으면 큰집 작은집에서 다 모시고 살았을텐데...불쌍해...우리 할머니..."</div> <div>"마. 그런말 하지마."</div> <div><br></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러다 어? 통장이 있었네?하고 본다.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내 주거래 은행은 따로 있어서 거래하지 않는 이 통장이 얼른 눈에 들어왔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뭐냐 이거?</span></div> <div>달달이 백얼마씩 찍혀있는 통장. </div> <div>쉬는날 없이 뼈가 부서져라 일해도 20살 여자애가 버는 돈에는 한계가 있는데,</div> <div>도시인의 최저생활수준이하로 살면서 모은돈 꼬박꼬박 할머니한테 보내고 있었던 그 통장.</div> <div><br></div> <div>할머니는 그 돈을 한푼도 안쓰고 모아오고 계셨다. </div> <div><br></div> <div>통장 첫 장에 "우리 막내손녀 D한테 줄 것."이라고 써져있었고, 할머니 동네 친구분이 내가 그 사장님이랑 밖에서 담배피고 있을때, 슬며시 와서 통장이랑 도장을 전해주셨다고 한다. 너한테 줄려고 자기가 몰래 들고있었다면서. 저것들이 또 이거까지 뺏아먹을까봐, 너 할머니가 생전에 자기한테 무슨 일 생기면 임자가 우리 막내손녀한테 꼭 좀 전해달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하며 여기 있다고 숨겨놓은 반짇고리에서 슬쩍 가져다가 주셨다고 한다.</div> <div><br></div> <div>"...어휴...야...보내드려도 너 먹고 살거는 생각하고 보냈어야지."</div> <div>"맛있는거 많이 사먹고, 나 보고 싶으면 이걸로 차비쓰고 나 보러 서울오라니까...한번도 안오고..."</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할머니한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D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span></div> <div>그저 담담히 내 품에서 계속 할머니한테 말하고 있었다.</div> <div><br></div> <div>"...그리고 할머니...나 유학갈래. 공부 다 마치고, 이 사람이랑 결혼할거야. 할머니가 그랬잖아. 착한 사람 만나라고. 이 사람 정말 착해. 나 이 사람 정말 좋아. 많이 공부해서 이 사람 놀고먹게 만들정도로 내가 돈 벌게."</div> <div><br></div> <div>그 진중한 와중에 그 말 듣고 ㅋㅋㅋㅋㅋ하고 웃어버렸다.</div> <div><span style="font-size:9pt;">D도 내 웃음소리듣고는 품속에서 ㅋㅋㅋㅋㅋ하고 웃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그러다가 웃음소리가 잦아들고 어깨가 들썩인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할 말 다하고 났더니, 다시 울음이 나오나보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자자. 누워서 오빠 팔베게하고 실컷 울어. 그러다가 자자. 아까 팀장님이 그냥 내일까지 쉬래. 부장님께 보고 드렸대. 오늘 푹 자고. 내일 나가서 맛잇는거 먹게."</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내가 사줄께."</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또또또 기승전돈이야기. 너 그게 그냥 돈이야? 할머니가 남겨주신 소중한 돈이잖아. 그거 들고 유학가서 팡팡 써. 너 그 통장에 든 돈 들고 그대로 유학가. 까불지말고."</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침대에 들어가서 D는 내 팔베개하고는 내 옷을 꼭 잡고 잠깐 훌쩍거리더니 깊이 잠들었다.</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팀장님. 저 내일 휴가 한번 더 부탁드려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ㅇㅇ 걱정마. 사직원처리할께ㅋ'</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엌ㅋㅋㅋㅋㅋ irp계좌 보내드려요?'</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br></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휴가보고는 개뿔. D랑 하루 쉬려고 구라친거지. </span></div> <div><span style="font-size:9pt;">밤늦은 시간에 까똟보냈더니, 팀장님은 진지하게 내 퇴사를 검토해주셨다. 망할 양반.</span></div>